<나의 골프 이야기>입문 1년만에 언더파… 비결은 美서 배운 ‘큰 스윙’

  • 문화일보
  • 입력 2013-03-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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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찬 제주골프협회 부회장이 지난 20일 자신이 운영하는 제주 오라골프장 연습장내 쇼트게임장에서 벙커 샷 시범을 보이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가 늘 이븐파를 친다면 믿을까. 김영찬(59·사진) 제주골프협회 부회장은 ‘파 플레이어’다. 그는 지금도 ‘파플레이(72타)’를 기준으로 컨디션에 따라 2∼3언더파에서 2∼3오버파 정도를 칠 만큼 견고한 골프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제주 태생인 그는 30대 중반이던 1990년부터 골프를 시작, 1년 만에 언더파를 칠 정도였다. 주변의 친구나 동료들이 모두 골프에 빠졌지만 그는 20대 때부터 취미로 시작한 보디빌딩이 좋아 친구들의 골프 권유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제주 보디빌딩협회 회장을 맡을 만큼 열성적이었던 그였지만 좁은 제주 바닥에서 골프를 멀리하고서는 ‘사람 구실’조차 할 수 없었다.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 마지못해 배운 골프였지만 금세 골프에 빠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으로 이민 간 작은아버지를 만나러 가면서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한 달간 머물면서 골프를 제대로 배웠다. 국내에서 ‘똑딱이 공’만 치면서 3개월간 골프를 배웠던 그는 미국에서는 ‘큰 스윙’부터 배웠다. 국내에서는 대개 처음 배울 때면 7번 아이언을 먼저 잡게 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인 코치는 그에게 처음부터 드라이버를 잡고 풀 스윙을 가르쳤다. 처음부터 어려운 스윙부터 배우니 아이언클럽을 다루는 게 한결 쉬워졌다. 당시 드라이버는 좌우로 날아다녔지만 미국인 코치는 “멀리 가면 잘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거리를 내는 것부터 배운 셈이다.

자신감을 얻고 온 그는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날 골프장에 나갔지만 100타를 넘겼다. 시차극복도 안 되고, 스윙 적응이 잘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름쯤 지나면서 미국에서 배운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더니 한 달 만에 90대 스코어 없이 곧바로 80대 스코어로 진입했다. 일취월장하던 그는 이후 늘 70대를 쳤다. 미국을 다녀온 지 11개월 만에 ‘이븐파’를 쳤고 그 다음 날 언더파를 기록했다.

그가 빠른 시간에 골프기량이 늘어난 데는 탁월한 운동신경을 보유한 덕도 있었지만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된 것도 한몫했다. 두 딸을 둔 그는 아이들을 서울로 유학을 보냈고 아내도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함께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불러줘야만 마지못해 골프장에 나갔던 그는 홀로 지내기 외로워 시간 나면 골프장을 스스로 찾았다.

그의 첫 언더파는 오라골프장에서 지난 1991년에 기록했다. 제주지역 친구들과의 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해 2언더파 70타를 쳤다. 골프를 친 지 2년쯤 지나면서 자신의 라운드 기록을 적기 시작해 지금까지 ‘골프 일지’를 적고 있다. 골프 일지를 적으면서 이글은 120여 회 적다가 포기했다. 파5 이글이 대다수지만 파4홀 이글도 10여 차례가 넘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베스트스코어는 7언더파 65타다. 2000년 오라골프장에서 버디 9개와 보기 2개를 기록했다. 그의 골프기록에는 6개홀에서 연속 버디를 하기도 했다. 세계100대골프장 회원들의 대결인 월드골프클럽대항전에서 9홀 최저타인 버디 6개를 뽑아낸 적도 있다.

그의 비거리는 한때 웬만한 파5홀은 2온이 될 정도로 250m 이상 보내는 장타자였다. 그러나 2006년 포카리스웨트오픈을 앞두고 프로암대회에 참가했다가 때마침 내린 비로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이후 연골 수술을 한 뒤로 8개월 동안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다. 수술 이후 체중 이동을 왼쪽으로 제대로 할 수 없었고, 행여 무릎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트라우마’까지 생겼다. 이후 자신도 모르게 스윙폭이 작아져 예전보다 비거리가 20m 이상 줄었지만 정확도는 더 높아졌다.

이처럼 화려한 그의 골프 실력은 홀인원 횟수로 이어졌다. 그는 지금까지 제주 지역 골프장에서만 모두 8차례 홀인원을 작성했다. 첫 홀인원은 1997년 오라골프장 서코스 7번홀이었다. 이어 동코스 3번홀과 남코스 13번홀, 그리고 2011년 서코스 7번홀에서는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오라골프장에서만 모두 4차례 뽑아냈다. 나머지 홀인원 네 차례는 제주골프장, 나인브릿지골프장, 중문골프장, 그리고 핀크스골프장에서 각각 뽑아냈다. 그의 홀인원 대부분은 핀 앞 1∼2m 근방에 떨어져 한두 차례 바운스된 후 들어갔을 만큼 ‘운보다는 실력’으로 만들어 냈다. 그가 자신의 홀인원 8차례 모두 홀로 들어가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함께 라운드하던 고태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이 오라골프장 남코스 2번홀에서 홀인원을 맞은 뒤 2년 만에 고 위원과 동반 라운드 때 남코스 13번홀에서 홀인원으로 응수했다.

나인브릿지 퍼블릭골프장과 오라골프장 내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 골프를 즐기는 법을 물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로 핸디캐퍼’들은 일정한 성적을 내도 만족하지 않는 편이란다. 그래서 그는 “18홀 스코어보다는 매 홀마다 목표를 정해서 치면 마지막 한 홀까지 즐겁게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김영찬 골프 프로필

▲골프입문=1990년

▲드라이버 비거리=230m

▲골프기록=베스트 7언더파 65타, 홀인원 8회, 이글 120회 이상, 2003년 제주 나인브릿지 클럽챔피언

▲골프란=18홀이 아닌 한 홀마다 펼쳐지는 18개의 단막극이다. 한 홀의 실패는 접어 버리고 다음 홀에서 기대를 하면 된다. 오늘 몇 타를 치겠다고 다짐해도 초반에 망가질 경우 쉽게 포기할 수밖에 없어 재미가 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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