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의 후계자’들의 삶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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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세자로 살아가기 / 심재우 외 지음 / 돌베개

조선 제23대 왕 순조의 첫째 아들인 효명세자(1809∼1830)는 어릴 때 지은 시를 모은 ‘학석집’과 이를 언해한 한글본 문집 ‘학석집’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전하는 역대 문집 가운데 한글로 이뤄진 게 극히 드문 현실에서 상단에 한시의 음을 적고 토를 단 뒤 하단에 언해한 전문을 수록한 한글본 ‘학석집’은 그 가치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책은 조선시대 왕의 후계자이자 미래 권력의 상징이었던 세자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조선 왕으로 살아가기’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에 이어 나온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 장서각 ‘왕실의 일상’ 연구팀의 마지막 연구 결과물이다. 이 책의 출간으로 지난 2011년 ‘왕과 국가의 회화’를 시작으로 한중연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추진된 왕실문화총서 발간 사업도 마무리됐다. 왕실문화총서는 ▲조선시대 궁중회화 ▲조선 왕실의 행사 ▲조선 왕실의 일상 등 세 가지 분야에 세 권씩 모두 9권으로 구성돼 있다.

조선 왕조 518년 동안 조선에는 모두 27명의 왕과 29명의 세자가 있었다. 왕비의 첫째 아들(적장자)인 원자가 세자로 책봉된 뒤 왕위에 오르는 것이 조선 왕실의 원칙이었다.

그러나 ‘왕실의 일상’ 연구팀 책임자인 심재우 한중연 인문학부 교수에 따르면, 왕위 계승의 실상은 달랐다. 실제 왕의 적장자로 세자가 된 뒤 왕위에 오른 이는 문종과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순종 등 불과 7명에 불과했다. 왕비의 왕자 출산이 뜻대로 되지 않은 측면도 있었지만, 후계자 선정을 둘러싼 권력집단 간의 갈등이 중요한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적장자로 태어나 세자로 책봉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세자가 된 뒤에도 무사히 살아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첩첩산중이었다. 태종의 첫째 아들 양녕대군은 폐세자가 됐으며 세조의 첫째 아들 의경세자와 명종의 첫째 아들 순회세자, 효명세자는 왕위에 오르기 전 요절했다. 소현세자는 아버지 인조에 의해 독살당한 것으로 전하며 광해군의 세자 이지는 인조반정으로 인해 아버지가 왕위에서 쫓겨난 뒤 폐세자로 전락했다.

심 교수 등 7명의 연구진은 서장과 6부로 이뤄진 책에서 세자의 위상과 지위, 세자의 궁중생활, 세자 교육, 다양한 궤적을 보여주는 세자의 삶 등을 보여준다. 책봉의식인 책례와 세자의 성균관 입학의식인 입학례, 유교식 성인식인 관례, 결혼식인 가례 등 통과의례를 거치고 해 뜰 무렵부터 오후까지 하루 종일 공부만 해야 했던 세자의 비교적 단순했던 일상 등이 소개된다.

한편 돌베개 출판사는 오는 27일부터 5월 11일까지 3주간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왕실문화총서 완간 기념 특별 강연회를 연다. 031-955-5028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