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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5월 10일(金)
더 건강하게 살기·더 자유롭게 아기 키우기…‘부족사회’서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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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 중의 석학인 저자가 마치 높은 절벽 위에서 1만 년의 역사를 굽어보는 것 같다. 독수리처럼 높이 날아오른 이 지성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어제의 세계’다. 그는 지팡이를 들고 인류 600만 년의 지혜가 살아숨쉬는 전통사회 심장부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그곳에는 수만 년 동안 지속된 자연적인 실험들이 집약돼 있다. 저자는 뉴기니인과 인도네시아인, 솔로몬 사람들로부터 통찰력과 경험, 솔직한 세계관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귀를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다. 뉴기니인, 아마존 부족사회 등에게는 전통사회의 유전자가 그대로 아로새겨져 있다. 아이를 양육하고, 노인을 대우하며, 분쟁을 해결하고, 비전염성 질병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들로부터 마치 주술과도 같은 조언이 흘러나온다. 책은 그가 뉴기니 원주민, 알래스카 이누피아크족, 아마존 야노마모족, 필리핀 아그타족, 아프리카 쿵족 등의 사회에서 수십 년간 함께 생활하면서 완성한 보고서다. 그는 탐사 도중 여러 차례 목숨을 잃을 뻔했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성인 저자가 지난 50년간의 문화인류학적 탐사를 집대성한 결과다. 인류역사의 탄생과 진화를 파헤친 저자의 역저 ‘총,균,쇠’는 한국에서만 14만 부가량이 팔린 베스트 셀러다.

저자의 최근작인 이 책에 따르면 전통사회 사람들의 수다는 위험에 대한 공동의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도구다. 뉴기니 사람들은 미국인이나 유럽인보다 서로 훨씬 더 자주 얘기를 나눈다. 그들은 저자에게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 그날 아침과 전날에 있었던 일에 대해 끈임없이 이러쿵저러쿵 자신의 생각을 늘어놨다. 심지어 누가 언제 무엇을 먹었고, 누가 언제 어디에서 소변을 봤으며, 누가 누구에 대해 어떤 얘기를 했는지 등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주고받았다. 때로는 한밤중에도 잠을 자다가 일어나 얘기를 계속한다.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이 없는 뉴기니에서 수다는 주된 오락 수단이며, 주변 위험에 대한 정보를 얻는 창구다. 저자는 이를 건설적인 편집증이라고 이름 붙였다.

저자는 소규모 부족사회의 지혜에 눈뜨게 하면서도 전통사회를 낭만적으로 미화하지는 않았다. 국가의 전쟁은 간간이 일어나는 예외적인 현상이지만 부족 전쟁은 사실상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 한 세기 동안 장기적으로 가장 높은 사망률을 기록한 국가는 20세기 독일과 러시아였다. 1차대전과 2차대전의 참상이 복합된 결과로 독일 0.16%(인구 1만 명당 연간 16명)와 러시아 0.15%였다. 군사역사학자들이 소규모 전통사회의 전쟁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에콰도르 우아오라니족의 56%에서부터 세계 전역의 3∼7%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현대국가의 평균치는 전통사회 평균치의 10분의 1이다. 이들은 위험에 민감하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국가분쟁, 종교갈등, 자녀양육, 인구고령화, 언어의 소멸, 질병 등 삶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막힘 없이 쏟아져나온다. 우리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 노후를 더 즐겁게 사는 방법, 아이들을 더 자유롭게 키우는 방법을 ‘어제의 세계’로부터 배울 수 있음을 역설한다. 저자는 “전통적인 삶의 특징들에 대해 배울 때 우리는 어떤 특징들을 떨쳐낸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우리 사회를 더 고맙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반면에 우리가 부러워할 만한 특징들을 찾아내면, 그 특징들을 상실한 것을 아쉬워하며,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우리에게 맞게 개조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사회의 분쟁 해결은 그 후로도 작은 사회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구성원들 간의 관계 회복에 목적이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재판은 어떤 일이 일어났고 누가 그 행위를 했느냐를 따지지만, 전통사회의 화해 과정은 그 사건의 결과를 따진다. 누가 상처를 받았느냐? 피해자는 그 사건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전통사회에서 당사자 간에 평화적인 협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폭력과 전쟁이 일어난다. 중간에 중재할 사법제도도 정치 지도자도 없어, 폭력은 복수극으로 발전한다.

전통사회의 자녀양육법을 보자. 영아 살해 등 끔찍한 문제들도 존재하지만, 긴 수유 기간, 오랫동안 부모 옆에서 잠을 자는 풍습, 대리 부모를 통해 아이에게 훨씬 많이 제공되는 사회적 본보기들이 있다. 돌봄이들의 끊임없는 신체 접촉을 통한 사회적 격려, 아기의 울음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체벌의 최소화 등은 우리의 양육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식들이 다양한 연령층과 어울리게 하며, 직접 조사하고 탐구하는 자유를 부여하는 것도 귀중한 지혜다. 저자는 자녀를 이중언어 사용자나 다중언어 사용자로 키우라고 강조한다. 이중언어 사용은 아이들의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이유에서다.

‘더 나은 삶을 찾는다’는 퍼즐을 푸는 듯한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모험담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책에 빨려들게 된다. 밤을 새우면서 가슴 뛰는 책읽기 경험을 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책이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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