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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7월 01일(月)
미혼녀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천운영 4번째 소설집 ‘엄마도 아시다시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여자애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그저 ‘따사롭기 그지없는 품속’일까. 아니면 스스로 성장하면서 닮아가야 하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일까. 이른바 ‘모성(母性)’에 대해 전혀 색다른 해석을 내놓은 소설집이 나왔다. 천운영(42) 작가가 최근 출간한 소설집 ‘엄마도 아시다시피’(문학과지성)다.

지난 2000년 등단한 천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인 ‘엄마도 아시다시피’엔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렸다. 수록작들은 대부분 모성 또는 여성성에 대해 끔찍할 정도로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단편 ‘남은 교육’이 그 대표적 작품. 소설은 삼십 대 중반의 싱글이자 작가인 딸이 어쩔 수 없이 엄마와 불편한 동거에 들어가는 이야기다. 사사건건 간섭하고 조정하려 드는 엄마와 딸이 한집에 살게 되는 순간은 꽃무늬 접시 세트가 깨지는 요란한 소리로 시작한다. 딸을 향한 엄마의 매몰차고 새된 비난과 질타, 욕설과 저주는 이들 모녀의 관계를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결 구도로 몰아간다.

하지만 엄마를 지긋지긋해하는 딸은 연애에 실패하고, 어느새 추레해진 자신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발견한다. “거울을 쏘아본다. 거울 속에 화장을 짙게 한 나이 든 여자가 너를 노려보고 있다. 노기인지 부끄러움인지 모를 안면의 홍조. 거울 속에서 네가 맞서려고 하는 것은 너를 지겨워하는 너의 나이 든 얼굴이다.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아 잔뜩 부아가 난 노인네의 얼굴. 너의 양어깨에 올라타고 네 목줄을 거머쥘 노인네.”

수록작 ‘감은 눈 뜬 눈’과 ‘내 가혹하고 슬픈 아이들’은 모녀간의 관계가 어디까지 파탄 날 수 있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모성은 자식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감과는 전혀 무관하다. 두려움과 무관심, 증오와 폭력으로 치달아가는 엄마의 마음은 어린 딸들에게 가혹한 비난과 폭발하는 듯한 비명으로 가득하다. “빌어먹을 계집애, 무얼 잘못했기에 내 눈을 피해, 더러운 계집애, 나 몰래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소설집에서 예외적으로, 표제작인 ‘엄마도 아시다시피’에선 엄마에 대한 늙은 아들의 강한 애착을 보여준다. 그 같은 애착은 엄마의 죽음 앞에서 노년의 아들이 희한한 방식의 애도를 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문학평론가 조연정 씨는 “소설집은 다양한 형태로 ‘엄마가 되지 않은 여자들’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며 “늙어가는 여자의 화장을 걷어내면 그 민얼굴에는 그저 여자가 있을 뿐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고 해석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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