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公企業 구조조정·민영화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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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현/연세대 교수·경제학

경기 상황이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안 보이고 취업 후에도 직장생활에 대한 안정감이 떨어지면서 ‘공기업(公企業) 취직’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날로 높아가는 인기와는 대조적으로 이들의 재무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의 빠른 부채(負債) 증가를 지적했다. 그런데 가계부채는 전반적인 경기가 좋아져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만 정부부채는 구조조정 및 체질개선을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줄일 수 있다.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적절한 규모로 부채를 유지한다면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30대 공기업의 부채는 과도한 수준으로, 이미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기준 30대 공기업의 자산 대비 차입금 비율은 평균 38%에 육박한다. 이는 제조업 평균인 21%보다 16%포인트 높으며,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 조선업 및 건설업의 25%보다 훨씬 높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차입금 의존도를 핵심지표로 반영하며, 차입금 비율이 30%를 넘으면 잠재적인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미 우리나라 공기업들은 다수가 구조조정 대상이다.

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우선, 국가의 부채가 증가하면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준다. 지난해 9월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상향 조정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낮은 국가부채였다. 또한 공기업 부채는 결국 정부가 보전해야 하므로 국민 세금 부담이 가중된다. 세금의 증가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켜 소비 위축을 초래하므로 경기침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공기업의 지속적인 부채 증가는 사실 예견된 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공기업들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의 주 사업은 공공부문인데, 공익성을 추구하되 이들도 기업인 만큼 마진과 물가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공요금은 물가인상을 초래한다거나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 등을 이유로 수년째 인상을 거의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공기업의 수익성 저하에 따라 재무 상태가 많이 나빠지고 이것을 부채로 메우다 보니 재무구조 부실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기업 부채의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공기업 자체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근본적인 부실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실 공기업의 예산 및 인력을 대폭 줄이는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둘째, 전환 가능 공기업에 한해서는 과감한 민영화가 필요하다. 공기업의 성격상 시장논리에 맡겨선 존립이 불가한 경우도 있으나 이를 감안해도 공기업 수는 너무 많다. 비교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시장경제에서도 존립할 수 있는 공기업은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

셋째, 정치권은 포퓰리즘을 지양해야 한다. 국민도 이런 공약을 내세우는 정당의 손을 들어주지 말아야 한다. 공기업들은 정부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공약(公約) 실천을 위한 무리한 사업을 요구하더라도 거절하기 어렵다. SOC 투자와 복지정책에 공기업을 지속적으로 동원한다면 부채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는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게다가 정부나 국민의 세금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안이한 믿음으로 인한 공기업의 심각한 부채 수준과 재무구조 악화는 ‘모럴해저드’ 수준에 이르렀다. 공기업 역시 기업인 만큼 공익성을 추구하되, 어느 정도의 기업의 논리와 시장경제의 룰에 따른 민영화와 기업 구조 개선을 통해 부채가 과도해지는 것을 지금부터라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