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세금 과감히 감면해야 시장 기능 살아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전월세 주택에서 힘들게 사는 렌트푸어(rent poor)들이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최근 전세시장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에 이어 반전세(보증부 월세), 월세(보증금 있는 월세), 이른바 달셋방(보증금 없는 월세) 등도 덩달아 오르면서 렌트푸어들이 비명을 지르는 형국입니다. 정부가 전세대출 동일인당 보증한도(1억5000만 원→2억 원) 및 소득대비 보증한도(연 소득의 1.5~3배→2.5~4배) 등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약효가 먹히지 않고 있지요.

정부 대책이 헛발질을 하는 사이 지방과 경기 일부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가를 넘은 지역이 속출하고, 서울에서는 법원 경매가격이 전셋값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 7월까지 경매가가 전셋값보다 싼 아파트가 수도권에서 375건이나 됐지요. 전세 전성시대를 넘어 ‘미친 전셋값’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상황이지요.

전월세 시장 왜곡 상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빗나간 부동산 정책에 기인했습니다. 다주택자 중과세, 종합부동산세, 분양가상한제,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 규제정책과 수도권 2기 신도시 건설, 보금자리주택 등 공급 정책이 엇박자를 빚었기 때문이지요. 노무현·이명박정부 10년 동안 펼쳐진 이 같은 부동산 정책은 주택 거래를 얼어붙게 하면서 결국 렌트푸어를 양산하게 된 것이죠. 물론 이들 정책 실패의 바탕에는 지방자치 시행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한 지방 통제(규제), 인구 변화에 따른 주택수요 예측 오류, 정부 부처와 공기관·공기업 지방이전 대응 미흡 등이 쌓여 있습니다. 올들어 더 심화되고 있는 렌트푸어 대책은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늘린다거나 주택바우처제(저소득층 월세 보조),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등으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월세를 보조해 준다거나 전세대출을 늘려주는 것은 명백한 재원 한계의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이들 대책에 대해 ‘셋방살이의 설움을 느껴보지 못한 데서 나온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왜곡된 전월세 시장 안정의 전제조건은 ‘시장 원칙’을 지켜 주택거래 활성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월세→전세→내집마련(미분양주택 감소)’이라는 주택시장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거래활성화가 선행조건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주택 관련 세금제도 손질이 시급합니다. 취득세를 영구 감면하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과감하게 줄여 집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사서·쓰고·팔고’ 하는 시장 기능을 부활시켜야 합니다. 줄어든 세금은 상속, 증여세율을 높이거나 보강하고, 다양한 세수 발굴을 통해 보전하면 되겠지요. 정책 당국은 전월세 시장 불안정이 수많은 렌트푸어들의 삶 전체 불만과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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