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신흥국發 금융위기 막을 3가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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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연세대 상경대학장·경제학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부적으로 경제상황 개선을 전제로 ‘연내에 현행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 신흥 시장국의 금융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높일 경우 그동안 양적완화 정책으로 과도하게 유입됐던 외환이 유출되면서 신흥 시장국이 금융위기와 외환위기를 겪을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본자유화를 한 신흥 시장국들은 언제나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금리가 선진국보다 높고 성장률이 높아 채권과 주식 투자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버블이 붕괴돼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 신흥 시장국이 이러한 구조적인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평소에 과도한 자본 유입을 막거나 국내 경제의 신뢰도를 높여 외국인 투자자금이 갑자기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는 없다.

한국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그동안 과도하게 외국인 주식과 채권투자 자금이 유입돼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과 채권시장에 추가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만도 30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거나 은행이 차입한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이 안될 경우 인도와 인도네시아와 같이 외환 부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시중 유동성이 감소할 경우 버블이 붕괴될 수 있으며 신용경색으로 기업 도산도 우려된다. 외환 당국과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먼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도록 수출 증대에 노력해야 한다.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금융위기에 노출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상수지 적자로 국가신뢰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과도한 자본 유입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것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엔화가 지난해 연초에 비해 30% 평가절하되면서 우리 수출 경쟁력이 시차를 두고 낮아져 수출이 감소할 것이 예상되므로 정책 당국은 수출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기의 급격한 침체를 막고 시중금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시중금리가 높아지고 유동성이 감소할 경우 기업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면서 경기침체가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 도산이 우려되는 것이다. 정부는 확대재정정책을 사용하고 또한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사용해 시중금리를 안정시켜 기업 도산과 신용경색을 막아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기아자동차의 부실이 외환 유출의 단초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32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는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났으나 외환 유출에 대비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비록 외국인 주식투자 비중이 과거처럼 30%로 같지만 투자의 절대금액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2008년 이후 추가로 유입된 외환만도 3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외환보유고를 늘리지 않고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국과의 스와프인데 지금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과의 스와프는 불가능하므로 중국이나 미국과의 스와프 상시화를 추진해야 한다.

비록 지금 우리 경제는 다른 신흥 시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위기에 노출될 위험은 낮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고 단기외채가 과거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정책 당국은 미국 출구전략에 대응하고 동시에 인도와 인도네시아발(發) 금융 및 외환위기 위험이 우리에게 파급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