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방사능 공포’…“대책도 파탄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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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에서 오염수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본 당국이 수습, 대책 마련에 난항을 겪으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대책이 파탄상태에 빠졌다”(산케이(産經)신문)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원전 공포가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23일 NHK 보도에 따르면 원전운영사 도쿄전력은 오염원 중 하나로 지목된 지하 터널 ‘트렌치’에서 고농도 오염수를 빼내기 시작했다. 도쿄전력은 22일부터 2호기 터빈 건물 인근 트렌치에서 쌓여있는 오염수 210t을 빼내 터빈 건물로 옮긴 뒤 정화 장치로 방사성 물질을 줄여 저장탱크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의 트렌치 전체에 쌓여있는 오염수 총 1만5000t의 극히 일부분인데다 높은 방사선량 탓에 작업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이어서 모든 오염수를 제거하는 데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 측은 현재 작업 완료 시한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오염수가 스며든 토양을 제거하는 작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쿄전력은 23일 사고 탱크 주변 지표면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하면서 오염되지 않은 토양 수준으로 수치가 떨어질 때까지 흙을 파내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 얼마나 오염수가 스며들었는지 알 수가 없고, 지하에 전력 케이블 등이 깔려있는 곳이 있어 오염 토양을 어느 정도까지 제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바다로 흘러나간 오염수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있지만 대책은 정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방사능 오염수의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지하수를 미리 퍼올려 바다에 방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터빈 건물로 유입돼 원자로의 핵연료와 접촉하면서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로 변하는 지하수를 차단해야 유출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3일 사설에서 “우선 원자로 건물에 유입되는 지하수를 줄여야 한다. 유입 전에 지하수를 퍼내 안전을 확인한 후 바다에 방출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지역 주민들에게 협력을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관계부처가 협력해 대책을 지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자금과 인력을 도쿄전력이 확보할 수 없다면 국가가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