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 폐기’ 후폭풍>檢 ‘盧정부, 의도적 삭제후 私的보관’ 판단… 수사 급물살

노무현정부가 임기말에 2007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삭제를 위해 참모들을 대상으로 특별회의를 개최했다는 사실을 검찰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수사는 회의개최 의도를 확인하고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판단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삭제된 회담록을 복구해 남아있는 회담록과 비교한 결과, 내용 일부가 수정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기록 조작여부도 주요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핵심은 ‘의도성’ 여부 = 검찰은 4일 “봉하이지원(e知園)에서 회담록이 삭제된 것이나 새롭게 발견된 것 등이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전에 이뤄진 것”이라며 “시기가 좀 다를 뿐이지 유출이든, 국정원 이관이든 다 퇴임 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정당국 관계자도 “회담록 삭제가 먼저 이뤄진 다음에 봉하이지원으로 유출이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과 사정당국의 이 같은 얘기는 사실상 노무현정부가 의도적으로 청와대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에서 회담록을 삭제한 후 사적으로 봉하마을에서 따로 보관하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실제로 노무현정부는 2007년 10월 정상회담 이후 회담록 초안을 만들었고 노 전 대통령 임기 종료를 엿새 앞둔 2008년 2월 18일 청와대 이지원시스템을 28개 외장하드에 저장해 봉하마을로 가져갔다.

◆사법처리 여부 주목 = 대통령기록물이든 대통령지정기록물이든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고 삭제했다면 관련자들은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다.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을 파기하거나 국외 유출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회의를 한 자료나 영상이 있으면 목적 의식을 갖고 파기를 했다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지시를 누가 했고 시킨대로 한 사람들을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검찰로서도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문제의 회의에 참석해 회담록 삭제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삭제를 지시한 노 전 대통령은 이미 고인이 됐지만 회담록 삭제와 관련 특별회의에 참석했던 당사자들의 발언 내용 등이 확인될 경우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미·김동하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