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6·4 선거에서 유념할 일 한 가지

김종호/논설위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민의(民意)의 대표자·대변자를 선출하면서 ‘민’이 해당 공동체의 ‘주인’임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실현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민의의 대표자·대변자가 되겠다는 뜻을 가진 사람이 후보로 나서 자신의 당선을 위해 합법적으로 전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정 후보와 국가관·가치관 또는 이해(利害)를 공유하는 사람이 그를 지지·지원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후보자라고 해서 모두 당선되기 위해서만 선거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도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뜻밖의 요행을 바라기도 하지만, 낙선하더라도 다른 목적을 달성하면 된다는 후보도 드물지 않은 것이 거의 모든 선거에서 나타나는 엄연한 현실이다. 선거를 후보자 또는 그가 속한 집단·조직의 주장·사상 등을 선전하며 지지·동조 세력의 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삼기도 한다.

공직 선거에선 적어도 반(反)대한민국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임은 물론, 그 지지·동조 세력이 알게 모르게 반대한민국 이념의 선전·선동을 획책하는 행태도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은 그 때문이다. 예비후보자 등록이 4일 시작돼 공식 선거운동의 막이 오른 6·4 지방선거도 다를 수 없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직에까지 ‘종북(從北) 혐의’가 적나라한 정당 소속의 후보들이 지역구나 비례대표로 대거 선출된 2012년 제19대 총선 및 2010년 지방선거 당시와 유사한 현상이 6·4 선거에서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내란음모·선동 혐의가 드러나 1심 재판의 결심 공판이 3일 끝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이석기’류(類)가 광역자치단체의 수장(首長)이나 광역의회 의원,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회 의원 후보 등으로 직접 나서거나 다른 후보와 연대하는 방식 등으로 전국 각지의 지방행정과 지방의정을 장악하거나 그 교두보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이들 중에 대다수는 낙선할 줄 알면서도 선거를 자신들의 이념 확산·선동의 기회로 활용하면서 세력 확대를 획책할 개연성이 크다. 그 과정에 자신들의 ‘종북’을 숨기며, ‘민주주의 세력’임을 거듭 강변할 것이다. 그 ‘실체 세탁과 위장(僞裝)’에 속아넘어가는 국민 또한 적지 않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들은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하는 셈이다. 이는 세계에 유례가 드문 북한 정권의 세습독재와 인권유린에는 눈을 감으면서도 민주주의를 신봉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다고 내세워온 그동안의 개인적·집단적 행적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석기 피고인이 최후진술을 통해 자신의 혐의를 “날조된 것”이라며 “만일 음모가 있었다면 내란음모가 아니라, 박근혜정권의 영구 집권 음모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에 부합할 것” 운운한 상투적 궤변도 반복해 들으면 긴가민가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에게 검찰이 징역 20년,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한 사실을 두고 통진당이 “최소한의 상식과 이성을 촉구한 국민의 기대를 정면으로 짓밟았다”면서 ‘상식’ ‘이성’ ‘국민’ 등을 끌어들인 것도 교묘한 왜곡 선전과 선동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국호로 내세워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등을 참칭하는 발상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 않는가.

헌법재판소에 통진당에 대한 ‘위헌(違憲)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정부 대리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법정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진보적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통진당 최고 이념과 강령은 현 정권을 타도하고 연방제 통일을 이뤄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통진당 해산은 대한민국 헌법 수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이에 대해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통진당은 진정한 국민주권 실현을 가장 중시한다”며 “현 정부의 태도는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나치의 괴벨스 선전부 장관과 같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통진당에 대한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의 인용을 결정하기까지는 이런 식의 공방이 6·4 선거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 반대한민국 세력이 전국 각지의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교두보 구축을 시도하고, 낙선하더라도 최소한 선거 과정의 선전·선동 효과는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건강한 시민사회와 유권자들은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