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러선수 ‘크세논 가스’ 마시고 메달 땄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크세논(Xenon) 가스를 사용해 도핑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소치동계올림픽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한 러시아의 ‘가스 도핑’이 확인될 경우 거센 후폭풍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BBC 등은 28일(한국시간) “WADA가 ‘러시아 선수들이 성적 향상을 위해 크세논 가스를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할 방침임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크레이그 리디 WADA 의장은 “금지 약물 사용을 감시하는 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ADA는 독일 WDR방송에서 러시아 선수들의 크세논 가스 도핑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진상을 확인키로 했다.

크세논 가스는 체내에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이라는 호르몬 생성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EPO는 적혈구를 만드는 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며, 근육의 공기 호흡 용적을 증가시키고 혈액에 산소 용적을 늘려 지구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영국의 PR뉴스와이어 통신은 “러시아 선수들이 이미 10년 동안 크세논 가스를 사용해왔으며, 러시아 체육부가 이를 장려해왔다”고 폭로했다. PR뉴스와이어가 입수한 러시아 체육부 문서는 운동선수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크세논 가스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며, “크세논 가스는 WADA의 감시 대상이 아니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이 매체는 또 크세논 가스 활용법을 개발한 연구기관에서 작성한 문건 내용도 폭로했다. 문건에 따르면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메달리스트 가운데 70%가 이 방법을 사용했고,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활용하도록 권장됐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선수들이 크세논 가스를 사용했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림픽 전문 매체 ‘인사이드 더 게임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위바 러시아 연방 의학·생물학청장은 “크세논 가스는 불법 물질이 아니다”며 “우리 선수들이 크세논 흡입기를 활용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해도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크세논 가스는 실제로 WADA의 금지 약물 리스트에 포함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WADA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체내 EPO를 늘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WDR방송이 제기한 의혹이 확인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파운드 전 WADA 의장은 “성적 향상을 위해 크세논 가스 사용법을 개발한 만큼 도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