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고노담화 재검토” 말장난하는 日本정부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를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유엔의 공식석상에서는 “재검토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어 국제사회를 우롱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7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카다 다카시(岡田隆) 일본 제네바대표부 차석대사는 6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 유엔본부에서 열린 인권이사회에서 전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아베 정부의 고노담화 검증을 강도높게 비판한 데 대해 “일본 정부의 입장은 일관돼 있으며, 담화 그 자체를 재검토하겠다고는 한 번도 발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불과 1주일 전인 지난 2월 28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고노담화와 관련해 “정부에서 완전히 비밀로 하고 검토팀을 만들어 제대로 검토해 나가겠다”며 정부 차원의 재검토 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었다.

오카다 대사의 발언은 ‘재검토’의 범위와 의미를 애매하게 표현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해가려는 ‘꼼수’의 연장선상에 있다. 담화 ‘그 자체’를 검토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발언은 작성 과정이나 증언들에 대한 검토는 가능하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제사회에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한편으로는 담화 재검토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둔 셈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고노담화 재검토 정책이 논란을 낳자 ‘과정을 검증하는 것과 내용을 계승하는 것은 별개’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스가 관방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기본적 입장은 담화를 계승한다는 것”이라면서도 “기밀을 유지하는 가운데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모순적인 주장을 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도 1일 “정부는 고노담화의 내용이 아닌 작성 과정을 검증하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