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中企 육성이 창조경제의 핵심

한정화/중소기업청장

중소기업은 ‘9988’이다. 전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담당한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점하는 비중은 그만큼 막중하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1년 중기(中企)를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육성하기 위해 참으로 많은 일을 해왔다.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절벽을 허물고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성장 사다리를 구축했다. 47년 동안 유지해 온 중소기업의 범위도 과감히 개편, 피터팬증후군을 해소하고 중소기업 지원 제도를 성장촉진형·고용창출형으로 바꿨다. 전속 고발권 폐지, 중소기업 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 부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 경제민주화도 약속대로 추진했다. 네 차례에 걸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수출기업의 많은 애로를 발굴, 해소했다.

그 결과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벤처 투자는 2001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대학의 창업 동아리를 중심으로 청년층의 창업 열기가 되살아났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증가율이 대기업을 앞지르면서, 중소·중견기업이 제2의 무역입국 실현에 주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는 경제민주화 입법과 ‘손톱 밑 가시’ 제거 노력을 박정부가 가장 잘한 정책으로 평가했고, 중소기업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에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책에 대한 체감도가 높지 않고, 정책을 잘 모른다고 말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하느냐에 따라 중기 정책에 대한 평가가 들쑥날쑥하다.

중기 정책 성과를 조기에 실현하고 현장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에는 4대 전략, 10대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강력히 실천해 나갈 예정이다. 고급 기술인력의 창업을 촉진하고 투자를 확대하며 실패하더라도 재도전이 가능한 역동적 기업 생태계를 확산하고,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할 것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키우고, 영세한 임차 상인의 권리도 강화해 마음놓고 장사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하려고 한다. 복잡다기한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어려운 나라살림이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최근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져 3년 간 운영돼온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논란이 많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전문 연구기관을 통해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부작용이 많고 실효성이 적다면, 고칠 것은 고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야 한다. 역차별이나 과도한 규제는 고쳐서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외국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대·중소기업이 함께 살 길을 찾도록 할 것이다.

지난해 5월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인 초청 만찬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쉽게 창업으로 이어지고 성공한 기업은 조기에 수익을 실현해 더 많은 창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급 기술인력의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은 150개 팀을 선정, 10억 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또 예비청년CEO 1만 명을 양성해 창업 저변을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히든 챔피언이 독일 경제의 성장과 발전 키워드가 됐듯이 중소기업은 이제 대한민국과 세계 경제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