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탈북자 명단 별도 관리… 北고위층 비판 ‘안보강사’ 10여명 등 포함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 씨 재판에서 그가 보유한 탈북자 명단을 주요 증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주요 참고인들의 진술이 번복되고 일부 증거에 모순이 발견되면서 유 씨가 1심 재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지만, 국정원과 검찰은 유 씨가 가진 탈북자 정보는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명단 장기간 별도 관리= 유 씨는 지난 2009년 8월 탈북 대학생 장학사업 등을 하는 모 재단 관계자로부터 탈북자 출신 안보강사인 ‘평화강사’ 10여 명의 신원정보가 담긴 명단을 입수했다. 평화강사는 각종 강연 등을 통해 북한 최고위층에 대한 비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유 씨는 2009년 9월에는 북한인권 운동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으로부터 ‘2009 유엔 보고서를 위한 정치범, 고문, 여성, 아동 증언’ 자료를 확보했다. 이 자료에는 탈북자 26명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유 씨는 이들의 신원정보를 컴퓨터에 별도의 파일로 관리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국정원과 검찰은 유 씨가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하는 탈북자들의 신원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들 단체에 접근했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했다.

유 씨가 보유한 명단은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전달하려 했다는 동생 유가려(27) 씨의 진술과도 맞아떨어지는 증거였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김 씨 일가(김일성, 김정일, 김정은)를 비난하고 북한인권 운동을 하는 탈북자들의 구체적인 정보는 북한에서 상당히 얻고 싶어 하는 자료”라며 “유 씨가 이들의 정보를 별도로 분류해 장기간 보유한 이유에 대해 충분히 의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자신이 보유한 탈북자 정보와 관련,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속해 있던 모임의 회원 명단일 뿐이고 남한과 북한 사람 이름이 섞여 있었다”고 말했다.

◆유 씨, 대북 송금 브로커 혐의 연루= 유 씨는 대북 송금 중개업에 연루되면서 국정원의 관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2009년 9월 불법 대북 송금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탈북자가 북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는 것을 중개해 주고 송금액의 30∼60%를 수수료로 받은 ‘프로돈’ 사업에 유 씨 명의 계좌가 사용된 것이다. 유 씨는 “당시 친척이 관련 일을 하는데 계좌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진술했고, 서울동부지검은 2010년 3월 유 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 같은 사실을 유 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간접적 증거로 1심 비공개 재판에서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