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信시대’ 주제로 강연·공연·전시회 열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믿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가.

이 같은 질문을 주제로 한 강연과 공연, 영상물 상영 및 전시가 잇달아 열리는 행사가 마련됐다. 오는 24일부터 7월 5일까지 일정으로 개최되는 ‘두산인문극장 2014’다. ‘불신(不信) 시대’를 주제로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행사는 24일 재독철학자 한병철 베를린예술대 교수의 강연으로 막을 연다. 저서 ‘피로 사회’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한 교수는 ‘피로사회-투명사회-불신사회’라는 제목으로 ‘두산인문극장 2014’ 강연의 테이프를 끊는다.

이어 민승기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의 강연 ‘오, 나의 친구들이여 친구란 없다’(3월 31일)를 비롯, 서동진 계원예술대 교수의 ‘사랑에 관한 질문들’(4월 14일), 박해천 동양대 교수의 ‘아파트 게임과 중산층의 삶’(4월 28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의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5월 12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민주주의와 그 불만’(5월 19일), 김진석 인하대 교수의 ‘소외되는 인간, 소내되는 인간, 소내하는 인간’(5월 26일), 심보선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대화의 예술, 예술의 대화’(6월 2일) 등의 강연이 잇달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최된다.

공연으로는 연극 3편이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오른다. 첫 번째 작품은 ‘베키 쇼’(4월 1∼26일·사진)로 미국 TV드라마 ‘콜드 케이스’의 작가 지나 지온프리도의 희곡을 중견 연출가 박근형이 무대화한다. 19세기 영국문학 ‘허영의 시장’에 등장하는 야망에 가득 찬 여주인공을 모티브로 쓴 작품으로, 신랄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대사들이 돋보인다. 2009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까지 오른 작품이다.

이어 공연되는 작품은 영국 극작가 루시 프레블의 ‘엔론’(5월 7∼31일)이다. 2001년 미국 역사상 최대의 기업 회계 부정을 저지른 엔론 사태를 희곡화한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이수인 씨는 “금융 사건의 복잡한 디테일보다는 현대 자본주의 속 인간의 탐욕과 허영이 어떻게 엔론을 초고속으로 성장시키고, 또 파멸에 이르게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공연 마지막 작품은 일본 작가 나카쓰루 아키히토(中津留章仁)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대해 쓴 ‘배수의 고도’(6월 10일∼7월 5일)다. 지난해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로 평단 안팎에서 호평받은 김재엽 씨가 연출을 맡아 “일본뿐 아니라 우리도 벗어날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 밖에 분절되고 파편화한 일상의 현상들을 연결하는 기획 전시 ‘숨을 참는 법’(4월 23일∼5월 31일)도 펼쳐진다. 작가 구동희·양정욱·정지현 씨가 참여한다. 소피 파인즈와 슬라보예 지젝이 함께 작업한 영화 ‘지젝의 기묘한 이데올로기 강의’(5월 19일) 등도 상영된다. 자세한 일정과 내용은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www.doosanartcenter.com) 참조. 02-708-5001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