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대표회담서 ‘北두둔’ 중국 ‘도로 제자리’

미국 뉴욕에서 15∼16일 진행된 미·중 6자회담 수석대표 접촉에 나온 중국 측 기류가 심상치 않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의 자제와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강도를 낮춰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 같은 입장은 “핵과 인권에 대한 레드라인을 넘으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던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대목이다.

중국이 지난 7일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대화 재개를 위한 ‘유연성’ 있는 조치를 거론하면서 높아진 기대감과는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태도 변화와 한·미 관계에 대한 ‘훈수’가 중국 측이 북한과의 ‘사전 교감’하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나오는 데는 북한을 탈출구가 없는 구석으로 몰아세우면 극단의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북한의 주장에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는 데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식은 지난달 하순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북한 방문에서 어느 정도 사전 교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중국 견제가 노골화되면서 중국이 드러내는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도 벗어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압박은 중국으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오는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 관련 외부 전문가를 불러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만큼 그에 앞서 중국이 사전 수위 조절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유엔 외교가의 관측도 나온다. 최근 공개된 유엔의 북한 인권보고서가 중국 정부를 겨냥해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금하라고 촉구한 만큼 중국도 이 문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으로서도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이다. 앞서 전날 중국 정부는 15일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핵실험 위협 전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화춘잉(華春瑩)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시기의 (한국과 미국의) 연합훈련 실시에 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데 대해서도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