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책들이 꽂혀 있는 고풍스러운 서점의 내부를 ‘모나리자’와 네덜란드 정물화 등 회화의 이미지를 더해 재구성한 홍경택의 ‘NYC 1519’.
위대한 미술책 / 이진숙 지음 / 민음사
미술과 더 가까워지려는 사람들에게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명작을 많이 접하고, 미술책을 챙겨 읽어 나름의 미감과 취향을 개발하라고. 그러나 박물관 미술관 화랑에 전시 중인 예술품들은 선뜻 다가서기 수월치 않은 ‘먼 그대’. 미술저서들은 옆에 두고 벗 삼을 수 있어도 적당한 책을 고르기는 전시장 나들이 못지않게 어렵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북가이드’를 자청하는 이 책. 저자는 러시아 여행 중 미술관에서 만난 작품에 감동을 받아 전공을 문학에서 미술로 전환, 강의와 저술 활동을 통해 미술세계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미술이론가다.
“좋은 미술책은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을 사랑하는 법도 가르쳐 준다.” 미술 감상과 예술 공부의 진전이 원활하도록 저자는 자신의 독서후기와 더불어 주목할 만한 미술책 목록을 제시한다. E 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 ‘추의 역사’를 비롯해 최순우, 강우방, 오주석, 윤용이, 백남준 등 한국의 미술책 등 미술저서 62권이 등장한다. 미술사, 현대미술 시장의 흐름까지, 미술 분야의 주제와 관심사를 망라하면서 동서고금의 명저를 작가, 서양미술사, 한국미술사, 미술이론과 비평, 미술시장과 컬렉터의 5장으로 나눠 소개한다.
모딜리아니의 갸름한 얼굴그림이 줄곧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옛 거장들은 사진 없이 어떻게 ‘완벽한 그림’을 그렸을까? “구입한 작품의 90%가 10년 내에 무가치한 폐품이 된다”고 인정한 컬렉터 찰스 사치는 쇼핑중독자? 책을 통해 미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저자는 20세기 거장 피카소에 다가서면서 두 저서(존 버거의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와 마이클 C 피츠제럴드의 ‘피카소 만들기’)를 제시하며, 작가의 삶과 작품뿐 아니라 성공신화를 분석한다. 피카소는 동시대 미술시장이 활성화하는 20세기 초 부와 명예를 누렸고 파리의 새로운 환경에서 입체주의를 탄생시켰으나, 유명해진 뒤 ‘세속주의적 절충주의 예술’이 본격화하면서 만년 들어 기념비적인 작품을 내지 못했다는 점을 일깨운다. 그러고는 천재를 위대한 예술가로 만드는 영감, 또 “예술의 영감은 역사에 있다”고 지적한 존 버거의 글을 지목하며 오늘의 미술계를 되돌아보는 식이다.
‘선인의 눈과 마음으로 느끼는 옛 그림의 깊은 맛’을 일깨우는 저자는 한국미술 도서목록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늣늣하고도 희떱고 희떠우면서도 익살스러운’ 등 형용사만으로 미묘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묘사한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및 오주석의 책은 재미와 지식을 갖추면서 우리 것에 대한 사랑을 배울 수 있는 명저라고 필독을 권한다. 또한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와 관련, 무한의 느낌을 담아낸 종묘 정전에서 “더해도 덜해도 완전한 채로 영원할 것이다”는 저자의 관점에서 전통 건축 속 현대 추상미술의 단초를 짚어내고 사고의 확장을 일깨운다.
이 밖에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 도널드 톰슨의 ‘은밀한 갤러리’ 등 외국도서 외에 국내도서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1, 2, 3’, 윤난지의 ‘추상미술과 유토피아’, 심상용의 ‘시장미술의 탄생’, 박정자의 ‘빈센트의 구두’, 이광표의 ‘명품의 탄생’ 등도 포함돼 있다.
쉽게 쓰인 대중적 입문서를 좇기보다 ‘좋은 책을 두고두고 여러 번 읽는 진지한 독서’를 제안하는 저자. 그가 일독을 권하는 미술책 목록을 살펴보는 것만도 흥미롭고 반갑다. 저자의 독서일기를 통해 초보자도 난해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한결 수월해질 것 같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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