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換率위험 대응 위한 ‘준칙’의 필요성

  • 문화일보
  • 입력 2014-06-1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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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아시아금융학회장

달러·엔·위안·유로 등 주요 통화에 대한 원화(貨) 고평가가 전방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換率)은 16일 1019.3원에 개장했다. 하반기에는 10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100엔 환율도 이날 999.07원으로 개장, 1000원선이 무너졌다. 2008월 8월 29일 987.90원 이후 5년9개월 만이다. 원화절상이 시작된 2012년 6월 4일 1509.9원에 비해서는 51%나 절상됐다. 이처럼 환율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도 한국경제가 순항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간 제프리 프랑켈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경제에 던진 메시지는 귀담아 들을 부분이 적지 않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을 지내고 미국 국립경제연구소 국제금융 프로그램을 20년 가까이 이끌고 있는 국제금융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인 그의 방한이 의미가 있는 것은 미국 국제금융학자 중 보기 드물게 신흥 시장국 입장을 이해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학자라는 점이다.

경제학은 언제 어디서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학문이지만 분야에 따라서는 지역에 따라 다른 이론이나 정책이 더 적합할 수도 있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 학문이다. 국제금융이 그런 분야 중 하나다. 예를 들어 미국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필요 없지만 한국처럼 비(非)기축통화국은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면 외환위기가 발생한다. 국제금융이론이나 정책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방한 기간 중 한국경제학회 강연 등을 통해 한국경제에 던진 메시지는 적지 않았다. 우선, 1980년대 이후 대부분의 신흥 시장국 위기가 신흥 시장국으로 자본이 크게 유입된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가 많거나 통화 가치가 고평가돼 있는 국가에서 위기의 충격이 컸으므로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외환보유액 확보, 건전한 경상수지와 재정기조 유지, 적은 달러 표시 외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계속되는 외국자본 유입으로 원화 가치가 급속도로 절상되고 있어 시차를 두고 경상수지 흑자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 입장에서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가 아닐 수 없다.

환율 제도에 관해서는 관리변동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체계적인 관리변동 환율제도를 주장했다. 무작정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통상적인 관리변동 환율제도와는 달리 체계적인 관리변동 환율제도는 자국 통화가치가 과도하게 절상될 때는 자국 통화를 매도하고, 절하될 때는 자국 통화를 매입하는 등 일정한 준칙에 의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관리변동 환율제도라고 소개했다. 한국은 외환시장 규모가 작고 상품도 다양하게 발달돼 있지 않아서 작은 자본 이동에도 환율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체계적인 관리변동 환율제는 검토해 볼 가치가 있는 주장이다.

통화정책 운용 방식에 대해서는 물가안정 목표제가 물가안정에 크게 기여해 왔지만 개방경제에서는 환율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환율을 고려한 개방경제 물가안정 목표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가안정 목표제는 원유가격 상승 등 공급 충격이나 교역조건 충격이 있을 경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목표제를 물가안정 목표제나 환율 목표제의 대안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물가안정 목표제를 도입한 지 17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통화정책 운용 방식을 평가하고 개방경제 물가안정 목표제를 포함해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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