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시장 개방’ 이젠 高관세율 확보에 국민 역량 모아야

정부가 마침내 2015년부터 쌀시장을 전면 개방(관세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8일 “쌀 산업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쌀산업 발전책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이후 20년 간 쌀 관세화를 유예받았다. ‘예외없는 관세화’ 원칙에도 불구하고 쌀을 중시하는 국가적 특성이 감안된 결과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관세화 유예가 올해 말로 끝나면서 내년부터 ‘관세화 의무’가 발생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정부는 오는 9월 말까지 쌀 관세율을 포함한 양허표 수정안을 WTO에 통보할 계획이다.

무역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지난해 무역 규모도 WTO 회원국 중 9위였다. 이런 우리나라에 쌀 관세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야당과 일부 농민의 반발도 있지만 대다수 농민과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최대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조건부’ 동의 입장을 표명했다. 쌀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막대한 국가적 비용을 치르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의무 수입량이 올해 40만9000t으로 20년 새 8배나 늘었다. 보관비로만 지난해 200억 원이 지불됐다.

일각에선 필리핀이 최근 의무면제조항 적용을 받아 유예기간을 5년 더 연장키로 한 예를 들며 같은 방식을 요구한다. 이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필리핀은 그 대가로 의무 수입량을 기존보다 2.3배 더 늘리고 다른 품목에서도 더 많은 양보를 내놓는 ‘징벌’을 떠안게 됐다. 쌀 개방이 쌀산업 붕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적다. 우리보다 먼저 관세화로 전환한 일본과 대만은 고(高)관세율 관철을 통해 쌀 산업을 잘 키워가고 있다.

쌀이 우리 농업의 근간(根幹)인 만큼 일부 농민들의 불안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WTO와의 협상, 국회 비준동의 등 넘어야 할 산도 태산(泰山)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오랜 ‘고민’ 끝에 결론내린 만큼 이젠 국민 역량을 모아 쌀 산업 발전을 위한 생산적 논의에 집중할 때다. WTO가 허용하는 범주 안에서 높은 관세율을 얻어낼 수 있도록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관세화 이후에도 쌀 산업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단기는 물론 중·장기 대책을 촘촘하고 꼼꼼하게 세워나가야 한다. 농민들과의 소통에도 더 적극 나서야 한다. 쌀 농가도 이번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품질 고급화 등에 주력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정치권은 쌀 문제를 정쟁(政爭)이 아닌 국익 차원에서 진정성있게 풀어나가길 바란다. 쌀은 포기해선 안 될 민족의 생명산업이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