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中 유족들, 日 상대 1조원대 소송 추진

“일본 정부를 상대로 60억 위안(9850억 상당)의 ‘판자위(潘家？)촌 학살’ 사건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키로 했다.”

지난 14일 중국 언론들이 전한 소식이다. 판자위촌은 중국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시 펑룬(豊潤)현에 있는 마을이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항일요새였다. 1941년 1월 일본군에 점령된 뒤 마을주민 1298명이 학살됐다. 이 마을 유족들이 중국민간대일손해배상소송연합회에 위임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키로 한 것이다.

바로 중국 당국이 진행 중인 45명의 일본 전범의 자술서 공개 등 대일 여론전의 여파가 인터넷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이미 끓어오를 대로 끓어오른 상태다. 지난 6일 개설된 난징(南京) 대학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인터넷 추모공간 ‘국가공제망’(國家公祭網·www.cngongji.cn/)에는 16일 오후 3시 현재 162만1744명이 찾아 추모를 했다. 전범 자술서가 공개되는 중국 중앙당안국의 사이트에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표시하는 공간이 없다. 그러나 중국 각 매체들이 새로운 전범 자술서가 공개될 때마다 쓰는 기사마다 수많은 네티즌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자술서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은 자술서가 진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당시 중국은, 국민당은 물론 공산당 역시 일제 전범에 관대했다. 특히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시의 전범관리소는 지금 봐도 깨끗한 수용 환경이 돋보이는 곳이다. 수용됐던 전범들은 이후 모두 일본으로 돌려보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전범들의 자술서는 압박이라기보다 스스로 인정해 기술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이번에 자술서가 공개된 후지타 시게루(藤田茂)는 1956년 6월 중국 최고인민법원 선양(瀋陽)특별군사법정에서 진행된 공판에서 18년형을 선고 받자 울음을 터트리며 “내 죄를 논한다면 몇 개의 사형을 선고 받아도 죄행의 만분의 일도 속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