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당혹 속 ‘내분 경계’ 분위기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이 국립과학수사원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장남 대균(44) 씨가 체포된 다음날인 지난 26일부터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는 안성 금수원에서 하계수양회를 열었다. 교단 지도자의 죽음을 사실상 인정한 구원파 측은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던 중요 행사가 시기적으로 맞물렸다는 점 때문에 엄중한 내부 단속에 나서는 등 ‘동요’와 ‘내홍’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유 전 회장의 도피 행각에 대한 지원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김엄마’ 등이 검찰에 자수한 28일에는 내부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주일간 개최되는 구원파의 하계수양회는 구원파 최대 연중 모임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신도들이 몰려 매년 1만여 명이 집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9000여 명(경찰 추산 8000여 명)의 구원파 신도들이 금수원에 모여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주말 내내 유 전 회장과 대균 씨 소식이 큰 화제가 됐지만 구원파 측은 바깥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조계웅 구원파 전 대변인은 “수양회는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중요 행사로 신도들은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행사를 차질없이 진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차분할 뿐 내부 단속에 상당 부분 공을 들이는 등 당혹스러운 모습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 구원파는 우선 유 전 회장 사망에 대한 입장발표나 장례 논의가 행사 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불필요한 ‘말’을 만들지 않고 신도들의 동요를 최소화해 교단의 결집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구원파 측은 금수원 정문 앞에 걸린 ‘세월호 진실을 규명하면 5억 원을 주겠다’와 같이 자극적인 현수막을 자진 철거해 차분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당초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던 수양회 일정이 비공개로 바뀐 점도 내부 결속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신도들 사이에서는 아예 유 전 회장에 대한 얘기가 금기시되는 분위기까지 포착되고 있다. 한 신도는 “예민한 분위기에서 서로 말 한마디라도 조심히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유 전 회장과 관련된) 얘기는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