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된 해외시장… “건설에 IT를 더하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건설이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융복합 건설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합주거단지로 건축되고 있는 서울 용산구 ‘래미안용산’ 전경. 오른쪽은 융복합 건설산업의 일부인 태양광 아파트(위 사진)와 무인주차시스템. 문화일보 자료사진

부동산 시장 장기불황과 공공공사 발주 감소로 국내외 건설 환경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건설사들은 토목 건축 등 건설 본업과 함께 정보기술(IT)과 접목한 복합 주거단지, 에너지, 레저 산업 등으로 진출하고, 각 건설 프로젝트도 대형화·복잡화로 진행되고 있다.

건설산업에도 융복합 문화가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건설산업 트렌드는 최첨단 IT와 초절감 에너지기술 등이 건축물에 융복합될 뿐만 아니라 금융, 개발아이디어, 사업관리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건설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주춤하고 있는 스마트건설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전 세계 스마트시티 (유비쿼터스도시·U시티) 시장만 오는 2016년에 13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화일보는 건설인들의 융복합을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 의지와 불굴의 도전 정신이 살아 있는 현장을 통해 미래 한국 건설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시리즈 ‘Build Up Korea 2014-한국건설, 융복합산업으로 위기 넘는다’시리즈를 연재한다.

한국 건설업계는 최악의 위기에서도 해외 진출로 불황의 돌파구를 뚫어왔다. 하지만 해외 건설시장도 급변하고 있는 데다 중국 등이 저임금 구조를 토대로 토목플랜트 시장을 파고들면서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신도시 개발, 수해 방지 및 물 부족 프로젝트, 국산 기자재의 글로벌 인증, 맞춤형 사업개발, 셰일가스, 도로포장 등의 특수 신공법 신기술 개발, 힐링주택 등으로 해외수주시장 다변화로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건설시장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명백한 한계를 내보이고 있어 미래 건설 성장의 축인 스마트건설시장 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마트건설시장의 핵심인 U시티 사업 선점이 신성장의 지름길이라는 분석이다.

28일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2014년 건설산업 융복합 시장은 U시티 사업이 지리멸렬하면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가 2009년부터 시작한 ‘제1차 U시티 종합계획(2009∼2013년)’은 지난해 마무리됐지만 높은 건설 비용과 관리운영비 부담, 지방자치단체의 중복투자 등으로 많은 사업이 파행을 겪었다. 1차 계획으로 각 자치단체의 CCTV를 통한 주차단속, 방범, 실시간 교통제어, 맞춤형 교통서비스, 상수도 누수관리, 의료서비스 선진화 등에서는 효과를 보았지만 전체적인 U시티 사업 측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

1차 U시티 사업이 당초의 웅대한 계획과 달리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적은 예산(국비 4900억 원)과 건설경기 침체, 추진주체의 적극성 부족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U시티 사업은 가이드라인에만 머문 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2차 U시티계획(2014∼2018년)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문제 등으로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관리연구실장(공학박사)은 “유비쿼터스 건설은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가져갈 수 있는 새로운 부가가치 영역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한 부문”이라며 “분야 간 융합과 조정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융복합 건설산업의 토대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최첨단 IT산업을 곧바로 접목할 수 있는 데다 초경량·초고성능 재료·슈퍼콘크리트·자기 치유 콘크리트 등의 개발, 공간기술정보의 디지털화가 구현돼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정보센터 관계자는 “건설과 IT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분야에 걸쳐 폭넓게 접목해 융복합 건설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며 “어떤 상상력으로 어떤 건물과 도시를 만드느냐에 따라 미래 건설산업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시공과 엔지니어링 등 건설산업 고유 기능의 융복합에 IT 등 다른 산업과 접목하면 수요자를 만족시키는 창조적 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주택은 물론 도로건설 융합기술 등에 대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대우건설은 건설업계 최초로 IT 서비스 국제표준인 ‘ISO/IEC 20000 인증’을 획득했다. 대우건설은 IT와 건설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 차원 높은 IT 역량을 기반으로 원자력발전소, 대규모 플랜트 정유시설, 병원 및 호텔 등의 각종 자동화 설비와 푸르지오 아파트의 입주민 편의시설에 적용하고 있다.

대림산업 등도 에너지절감주택에서 한 발 앞선 기술을 선보이고 있고, IT를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도 응용하고 있다. 이 밖에 상당수의 건설사들이 원목 대신 집성목을 가공해 철물접합공법으로 새롭게 탄생한 한옥건설, 공기단축을 위한 모듈러 기술, 제로에너지주택 등의 기술 개발에 심혈을 쏟고 있다. 글로벌 회사 중에서는 시스코가 인구 1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에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밀리온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과 인도, 중동 등에 진출했고, 지멘스, 히타치, 액센츄어 등의 주요 기업들도 다양한 관련 솔루션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융복합 건설산업은 부가가치율이 낮은 하드웨어에 얽매여 있던 한국 건설이 복합 서비스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라며 “정보통신분야 기술력을 적극 활용하면 국내 건설사의 글로벌 선도 역할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