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련, 根本부터 확 바꿔야 제1 野黨다워진다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에서 참패한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전체가 31일 사퇴했고,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이었던 손학규 상임고문도 이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당의 진로를 놓고 또 한번 격랑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여당뿐 아니라 제1 야당(野黨)도 의정의 한 축으로서 건강하고 위상에 걸맞은 힘이 있어야 국정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새정련이 처한 위기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도 제대로 극복돼야 바람직하다.

우선, 새정련은 이번 선거 패배가 거듭된 민심(民心)의 경고를 무시하고 또 구태(舊態)를 반복함으로써 자초한 결과라는 사실부터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지난 2012년 총선·대선 패배와 6·4 지방선거의 부진한 성적에 나타난 유권자 질책을 외면한 채 공천 과정에서부터 오만과 독선을 드러냈다.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잇달아 실패하고도 진정성 있는 자성을 하지 않아, 당의 절대적 의존 지역인 호남 일각마저 등을 돌린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휴가철이라 투표율이 낮았다” 운운하고 있다. 심지어 “야성(野性)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국민의 정서나 기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주장까지 버젓이 늘어놓고 있다. 그런 인식으로는 앞으로도 수권·대안정당의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새정련은 여전히 국회 의석 130석의 거대 야당이다. 이번에도 1회성 반성에 그친다면, 기존 지지층의 이탈도 가속화하게 마련이다. 예전처럼 지도부만 사퇴하고 얼굴에 분칠만 하는 식으로 국민을 더 이상 속일 수는 없다. 변화의 출발로 삼아야 할 것은 대의(代議)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세월호특별법 통과 없이는 국회에서 그 어떠한 법도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고 했다. 하지만 5분의 3 찬성을 의결 요건으로 규정한 선진화법을 악용해 대의정치를 농단하는 행태에 계속 집착해서는 당의 환골탈태도 불가능하다. 무조건 장외로 나가 텐트를 치고 단식을 하는 것이 체질화해온 행태와도 완전히 결별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근본(根本)부터 확 바꿔야 제1 야당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