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관심 커지는데 아베 日정부만 눈감는 위안부 眞實

일본이 군(軍)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던 역사적 범죄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5일 공개 규탄한 것이 비근한 예다. 패트릭 밴트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87)·강일출(86) 할머니를 지난달 31일에 만났다고 공식 확인하며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성(性)을 목적으로 여성을 인신매매한 행위는 개탄스럽고 중대한 인권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할머니 2명의 방문 사실을 전하며 “일본이 피해자들의 치유를 촉진하고 주변국과 더 나은 관계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백악관과 국무부가 처음으로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각각 2시간30분 동안 증언을 들은 사실부터 의미가 가볍지 않다. 일본의 군 위안부 강제동원 범죄가 한·일 간의 사안에 그치는 게 아니라 미국도 무관할 수 없는 국제 현안이라는 인식의 확산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의 리버티플라자에 미국에서 7번째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를 건립해 4일 제막식을 가진 배경도 마찬가지다.

일본 내의 양심적인 다수도 다르지 않다. 유력지 아사히 신문은 5일 특집을 통해 ‘인도네시아·필리핀 등지에서도 일본군이 현지 여성을 직접 폭력적으로 연행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아베 정부의 역사 부정을 정면 비판했다. 이 신문은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부인한 아베 정부의 지난 6월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가 일본 사회에 ‘위안부는 날조된 것’이라는 왜곡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위안부 진실(眞實)’에 눈을 감는 것은 일본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긴커녕, 그 자체로 또 다른 반(反)인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라는 사실을 아베 정부는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