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읽는 책을 보면 ‘아이의 속내’ 가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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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읽는다는 것 / 한미화 지음 / 어크로스

어느 날부터 아이가 제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묻는 말에 “예” 혹은 “아니요”라고만 답한다. 멀쩡한 교복을 미니스커트, 스키니진으로 만들어 입거나 별거 아닌 일로 울고 웃으며 까탈스럽게 행동한다. 얼마 전만 해도 큰소리 낼 일 없던 그 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십대 문턱에 들어선 아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아이의 속내를 알 수 없어 답답하고 어려움을 겪는 어른에게 이 책은 ‘어린이책 읽기’를 제안한다. 출판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지난 어린시절이 생각나지 않고 내 아이의 속마음을 모르겠다면 어린이책, 청소년책을 읽어 보라”며 “책 속의 십대를 만나면 안개가 걷히듯 지금 우리의 아이가 보인다”고 조언한다. 어린이책에서 자기 안의 숨은 어린이를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아이와의 공감과 소통이 한결 원활해진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를 잘 담아낸 40편의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소개한다. 어린이책 전문가이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등장인물의 스토리에 개인적 경험을 더해 어린이의 세계에 다가선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앤드루 클레먼츠, 로알드 달 등 해외 유명작가부터 황선미, 유은실 등 국내 대표작가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 목록도 흥미롭다.

수지 모건스턴의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는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모녀의 이야기가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으며, 비슷한 과정을 거쳐 딸이 자라 엄마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쿠로노 신이치의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에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스미레를 통해 ‘두려운 중2’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그려낸다. 최나미의 ‘엄마의 마흔번째 생일’ 등은 부모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이끈다.

이밖에 윌리엄 스타이그의 ‘아벨의 섬’부터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남찬숙의 ‘받은 편지함’ 등. 아이의 고민을 이해하고, 내 안의 아이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어른이 된 지금을 돌이키며 저자는 어른들에게 어린이·청소년책과 더불어 자녀를 이해하고 또 세상을 배울 것을 일깨운다.

책 말미에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의 목록을, ‘재미’ ‘삶의 가치’ ‘과학의 세계’ ‘사회 문화 예술’ ‘역사’ 별로 소개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