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 쥔 금감원장 최종 결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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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 대해) 가부를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다.”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 격인 제재위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경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최수현 금감원장의 최종 결정에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재위는 자문기구 성격이고 최종 결정은 금감원장 몫이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22일 부산국제금융센터 준공식 참석을 위해 지방 출장을 떠났다가 오후 늦게 돌아온다. 이날 새벽 제재위의 결과를 보고 받은 최 원장은 늦어도 내주초에는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그룹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검사 및 제재를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주문해왔다.

금감원 핵심관계자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KB 부담만 커진다”면서 “원장께서도 이 같은 우려를 해오신 만큼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리실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에 대해 “현재로선 입장을 밝히는 게 부적절하다”면서 “충분히 검토한 후 현명한 결정을 하겠다”고만 말했다.

지금까지는 금감원장이 제재위의 의결 결과를 수용하는 게 관례여서 경징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 원장이 최근 잇따른 대형금융 사건·사고 등과 관련해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달라”고 평소 주문해온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금감원 내부에선 “제재 당국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면서 관련 브리핑도 취소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21일 오후 열린 제재위는 22일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각각 ‘주의적 경고’(경징계)를 의결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9일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각각 중징계를 사전통보했으나, 그보다 징계가 낮아진 것이다.

사전통보와 달리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이번에 모두 중징계를 피하면 두 명 모두 자리를 보존할수 있게 된다.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 현직에서 물러나는 게 금융권의 관행이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이상을 중징계로 칭하고 있다.

제재위는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에서 불거진 내부통제 부실 및 내분 사태, 도쿄(東京)지점 불법대출 사건,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건 등과 관련해 임 회장이나 이 행장이 각각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지기는 해야 하나 중징계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