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찾은 靑수석의 ‘두번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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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준… / 이백만 지음 / 메디치미디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돈이나 권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재미있어야 한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실려 있는 문장. 300쪽에 달하는 책의 고갱이다. 얼핏 범박해보이지만, ‘재미’라는 키워드가 눈길을 끈다.

베이비부머인 저자는 신문 기자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58세, 이순(耳順)을 앞둔 나이에 삶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빠졌다. ‘나는 누구일까’ ‘내 삶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그래서 이 땅을 훌쩍 떠나 캄보디아로 갔다. 그는 장애인 재활공동체에 들어갔고, 거기서 함께 생활한 이들을 통해 삶의 핵심이 ‘재미’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난 탓에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캄보디아 서민들, 그들과 동고동락하는 자원봉사자들, 봉쇄 수도를 자처한 수사와 수녀들, 이들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재미였다.

물론 재미의 본질은 순간적인 쾌락이 아니다. 사랑, 관심, 나눔, 봉사에서 우러나는 보람과 기쁨이다. 이쯤 되면, 최근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하지만 울림이 깊은 메시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저자가 캄보디아에서 생활한 방에 교황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게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