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년 묶인 담뱃값 대폭 인상, 국민 건강 위해 필요하다

박근혜정부가 담뱃값의 대폭 인상을 통해 금연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 천명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려면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며 “2000원 정도 올리는 정부 입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판매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담배를 기준으로 현행 2500원인 가격을 4500원 수준으로 인상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표시, 담배 광고 규제 등도 필요하지만, 지난 2004년 12월 500원 인상 이래 10년 동안 묶여온 담뱃값의 대폭 인상 또한 더 미적거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성인 흡연율은 2012년 현재 2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0.7%보다 크게 높다. 중학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청소년도 10명에 1명꼴로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담뱃값이 OECD 회원국 평균 6500원의 38%에 불과한 사실과 무관할 리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이 담뱃값 인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담뱃값 인상에 공감한다”고 공언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관건은 국회의 입법 의지다. 담뱃값은 62%가 소비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지방교육세·부가가치세·폐기물부담금 등이어서 인상을 위해선 국민건강증진법, 지방세법, 자원절약·재활용촉진법, 부가가치세법 등 개정해야 할 관련법이 적지않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인상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정치권은 물가 상승 요인, 서민 부담 가중 등을 내세워 입법을 회피해왔다. 또다른 포퓰리즘이다. 더 이상 그런 핑계를 댈 때가 아니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일에 여·야가 서로 발목을 잡는 식이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