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꼭 마셔야 할 와인 1위’ 샤토…1병 6000만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병에 백금으로 이름과 로고를 새긴 ‘실버팜’.

한우, 굴비, 과일, 건강식품부터 샴푸 등 생활용품 세트까지 각종 고가·중저가 선물상품이 봇물 쏟아지듯 나온 지난 추석 연휴기간에 가장 두드러져 보인 선물이 하나 있었다.

유통가를 통틀어 추석 선물세트 중 최고가 상품이자 초고가 와인인 ‘전설의 와인 샤토 무통 로실드 45’. 가격이 무려 6180만 원이다.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이 와인은 영국의 유명 와인 매거진 ‘디캔터(Decanter)’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마셔야 할 와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애호가들 사이에 명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 1945년 생산돼 희소성을 지닌 이 와인은 문의는 있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인지 팔리지는 않았다. ‘부자 고객’들조차 6000만 원대 와인은 다소 가격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 1월 설에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3000만 원대의 ‘로마네 콩티 2010 와인세트’도 역시 만만치 않은 고가였지만 판매됐다.

‘물은 황소처럼, 와인은 왕처럼’, ‘와인 없는 하루는 햇빛 없는 하루와도 같다’(프랑스 속담),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빅토르 위고),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어떤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담겨 있다’(루이 파스퇴르) 등 와인을 둘러싼 수많은 속담이나 농담에서 알 수 있듯 와인은 이미 서양사에서 단순한 기호품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다.

우리나라 역시 2000년대 들어 ‘신의 물방울’,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같은 입문서가 와인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와인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자리잡았다. 와인 등급과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며, 어떤 종류가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쏠리는 이유다.

17일 주류·유통업계에 따르면, 세계 와인시장 규모는 2008년 기준으로만 해도 140조 원대에 달하며 이 가운데 생산비중이 66.7%로 압도적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은 고급 와인 중심의 브랜드화 정책을 펴면서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와인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기 그지없다. 와인전문가인 김설아 신세계L&B 대리는 “음식의 식재료 격인 와인의 포도 품종만 해도 고유의 복제 번호를 표시한 클론(clone)이 수백 가지 존재한다”며 “미국 나파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들은 대부분 보르도의 337 클론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양조나 숙성 방법에서도 손이 얼마나 가느냐, 비용이 어떻게 투입되느냐에 따라 와인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대부분의 고급 와인들은 좋은 오크나무로 만든 통에서 숙성되고 일정기간을 거쳐 출시된다. 프랑스 알리에 마을의 오크나무가 특히 손꼽힌다. 프랑스의 이 기갈, 스페인의 베가 시실리아 등 유명 와인 생산자들은 직접 포도원 안에 자체 오크통 제작소를 보유하고 있다.

양조 과정에서도 인공효모보다 자연효모를 쓰면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와인 내에 잔존하는 찌꺼기를 걸러내기 위한 정제 과정에서 벤토나이트 화합물 대신 과거 전통 방식대로 계란 흰자를 띄워 정제하는 고비용의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인 마개도 마찬가지. 고가의 와인들은 오래 두고 묵히기 위해 5∼6㎝의 긴 자연 코르크 마개를 쓴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최근 들어 코르크 나무를 베어내야 가능한 자연 코르크 대신 돌려 따는 마개인 스크루캡을 써 환경을 보호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와인메이커의 인건비. 최고급 생산자들의 와인을 컨설팅하거나 직접 만들어주는 이들을 ‘플라잉 와인메이커’로 부른다.

와인업계의 신적인 존재로 통하는 미국의 로버트 파커는 와인에 50∼100점의 ‘파커점수’를 매겨 평가하는데 그가 90점 이상 매긴 와인은 하루아침에 몸값이 뛴다. 2004년 100상자에 15만 달러였던 와인은 파커점수 100점을 받은 후 당일 경매에서 30만 달러로 상승했다. 미셸 롤랑이나 화이트와인 분야의 거장인 드니 뒤부르디유 등은 유명 와인메이커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처럼 와인메이커의 손길을 거친 와인은 히트상품이 되지만 이 과정에서 인건비가 반영돼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와인 병에 백금으로 이름, 로고를 새긴 미국 나파밸리 와인 ‘실버팜’처럼 장인정신을 강조하거나 유명 화가의 라벨 디자인을 반영한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래 숙성되고 빈티지(포도 수확연도)가 묵은 와인이 통상 고가, 고급 와인으로 통한다. 포도가 생산되는 기후에 따라 포도 맛은 달라지고 이는 곧 와인 맛으로 직결된다.

신근중 이마트 와인바이어는 “‘독수리 오형제’란 별칭을 지닌 ‘샤토 라투르’, ‘샤토 라피트 로실드’, ‘샤토 무통 로실드’, ‘샤토 오 브리옹’은 명품 와인 산지로 불리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중개상들이 와인 품질을 꼼꼼히 따져 등급을 매긴 1등급 와인”이라며 “빈티지에 따라 병당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랑스 부르고뉴 생산자들이 재배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포도 품종으로 꼽는 피노누아로 소량 생산하는 와인도 비싼 와인의 대명사로 불린다. 본느 로마네 마을의 ‘로마네 콩티’는 한 해 6000∼7000병만 생산한다. 극소량의 높은 품질로 만들었다는 보르도의 ‘샤토 발랑드’ 등 가라주 와인 역시 고급 와인이다. 연간 180케이스만 생산해 미국 현지에서 고객들이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는 ‘퀴베 카트리나 에일린’이나, 병마다 고유 식별번호를 붙여 한 해 3500병만 한정 생산하는 프랑스의 ‘빌카르 살몽 클로 생힐레르’ 역시 각각 병당 60만 원대이다.

보르도 와인의 경우 1945, 1970, 1982, 1985, 1986, 1990 등의 연도가 최고의 빈티지로, 고급 와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김성실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고 해도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그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국내에서는 최근 생산된 와인들로 만든 빈티지가 많아 완벽히 숙성된 와인을 마시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와인의 향을 단시간내에 강제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에어레이션’, ‘브리딩’ 작업을 거쳐 풍미를 이끌어낸 후 마시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