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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9월 26일(金)
“좋은 서평이란 그 작품을 기리고 나와 남을 감동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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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의 책 ‘문학을 걷다’에서 “비평가란 해박한 지식을 갖추는 동시에 공감 능력도 그만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을 걷다 / 김윤식 지음 / 그린비

원로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윤식(78) 서울대 명예교수는 ‘영원한 현역’이다.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매일 200자 원고지 20장 글쓰기를 이어가고 각종 문예지에 발표되는 소설을 죄다 챙겨본다. 글깨나 쓴다는 평론가들도 힘들어한다는 월평(月評) 쓰기를 수십 년째 계속해오고 있다.

신간 ‘문학을 걷다-김윤식이 만난 문학이야기’에는 한평생 문학평론가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해온 이 노장의 지적 열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2005∼2014년 한 일간지에 연재된 ‘김윤식의 문학산책’ 중 2010년 이후 칼럼 일부를 엮어낸 것으로, 원고지 8장 남짓한 분량의 글 51편이다.

김 교수는 책에서 “월평을 쓰는 데 확고한 원칙이 있다”고 했다. 해박한 지식만큼이나 공감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공감은 ‘마음에 없는 것을 참을 수 있는 일반적인 무관심’을 뜻하지 않는다. 그는 “공감은 각양각색의 것에 대한 활기 있는 기쁨에 근거를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의 비평은 세상이나 남을 칭찬하고 기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김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좋은 글이란 그 작품을 기리고 감동하고 그럼으로써 나와 남을 감동시키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소. 조금 야한 표현으로 남을 ‘깐다’는 말이 있소. 비평이란 원래 그래야 한다는 듯이. 그러나 내가 알기엔 그런 글 중에 좋은 글이 없었소.”

그는 또 비평을 할 때 작품과 작가를 구별하지 않는다. “누구의 자식이며 어디서 났고 어느 골짜기의 물을 마셨는가를 문제 삼지 않기. 있는 것은 오직 작품뿐.”

김 교수는 왜 아직도 월평을 쓰고 있느냐는 주변의 질문에는 “내가 생각해도 딱하다”면서도 “작품 쓰기(창조)가 자기 일이 아님을 깨닫지 않는다면 위대한 비평가가 될 수 없다”는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몸의 말을 전했다. “이 점을 분명히 알고 나면 작품 구경하기(감상)가 조금은 자유롭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하루 10시간 이상 서재에 박혀 글을 읽고 쓸 뿐, 세상 속으로 잘 나오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인들은 “왜 작가와 현실, 역사와 대면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담담하게 “작품 속에서 만나는 세계가 현실의 그것보다 한층 순수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책은 분단 문학의 발자취, 4·19가 문학사에 남긴 흔적, 입양 고아에 대한 문학적 성과 등 근현대 한국문학의 역사와 함께 한·중·일 3국의 문학적 관계를 탐구한다. 특히 이광수, 염상섭, 김동인, 이상 등 근대 작가들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비중 있게 다뤘다.

세계 문학의 흐름도 놓치지 않는다. 플로베르와 도스토옙스키를 통해 ‘운명’을 논하고, 레이먼드 카버의 전기(傳記)로 그의 삶과 글쓰기를 이야기한다. 고유한 시각으로 문학, 문화, 역사, 인물에 대한 해석과 비평을 아우르는 김 교수의 칼럼은 연륜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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