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살아숨쉬는 ‘DMZ공원’이 南北화해 통로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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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살아있는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이 남북한 화해의 길을 열어주길 바랍니다.”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여·80·사진) 박사는 23일 오전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구달 박사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DMZ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에서 그곳에 공원이 조성돼 생태계가 잘 보존될 수 있길 바라고 있다”며 “자연과 동물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을 통해 남북 화해의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범세계적 환경운동 ‘뿌리와 새싹(Roots&Shoots)’을 위해 두 번 북한을 방문했는데, 북한에도 자연과 동물 보호를 위해 힘쓰는 몇몇 개인들이 있어 감동받았다”고 설명했다.

구달 박사는 인간이 아닌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로, 현재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환경운동 및 동물보호 운동에 힘쓰고 있다.

그는 “예전 연구를 진행할 때는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점에 초점을 맞췄는데, 최근에는 인간과 침팬지의 다른 점에 초점을 맞춰 보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간이 왜 자연과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이를 먹고 있지만 건강과 정신이 허락하는 한 자연보호와 동물보호를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7번째 한국을 방문한 구달 박사는 “한국에 국립생태원이라는 기관이 생겨 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도 있고, 일반인들도 환경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같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달 박사는 이날 국립생태원이 생태원 부지에 조성한 ‘제인 구달의 길’ 명명식에 참석했다. 구달 박사는 “많은 사람이 이 길을 걸으며 동물에 대한 아름다운 상상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생태학자의 길을 만들기로 했을 때 단 한 번의 고민 없이 첫 번째 주인공은 구달 박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최고의 동물학자에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가 된 구달 박사의 삶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달 박사는 오는 25일 오후 3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희망의 씨앗’을 주제로 특강을 한다. 그는 강연을 통해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서천=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사진=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