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정윤회 國政개입 문건’ 眞相 명명백백히 밝혀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했다는 ‘정윤회 동향’ 문건은 여러 측면에서 충격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 씨의 국정(國政)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시중에는 온갖 소문이 난무했었다. 그런데 청와대 역시 공식 라인을 통해 조사를 했고, 보고서까지 만든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그 보고서의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그리고 보고서 작성 뒤 오래지 않아 관련자들이 모두 청와대를 떠났다는 것은 또다른 미스터리다. 그러잖아도 박 대통령의 인사 참사(慘事)가 있을 때마다 비선(秘線)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왔다. 일반 국민은 물론 여권 핵심인사들조차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청와대 문건까지 공개된 마당에 청와대는 이런 모든 의문들에 대해 명명백백히 국민 앞에 소명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

세계일보가 28일 공개한 ‘청(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동향’ 표제의 보고서에는 정 씨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청와대 안팎의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을 퍼트리도록 했다는 내용이 간접화법으로 나와 있다. 이 문건은 청와대 공직비서관실이 지난 1월 6일 작성한 것이라 한다. 또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 청와대 내부 인사 6명과 정치권 핵심인사 4명을 ‘십상시’라고 지칭하며 실명으로 언급하고, 이들이 매월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당 등지에서 만났다고 한다. 정 씨는 그동안 이들과의 만남을 부인해 왔다. 정 씨는 최태민 목사의 사위로 1998년 박 대통령의 정계 입문 때부터 비서실장 역할을 해오다 지금은 아무런 직책이 없는 야인(野人)이다.

청와대와 관련자들은 문건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개인 차원에서 시중 소문을 짜집기한 것일 뿐 사실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결코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우선, 정 씨의 행태와 관련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조사해 밝혀야 한다. 보고서 제출 한 달 뒤 작성자는 경찰로 복귀했고,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은 사표를 제출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외부 압력 때문인지 밝혀져야 한다. 또 소문이라 하더라도 그런 보고서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도 중요하다. 이 모든 의문들에 대해 청와대는 신속히 답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