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改革’ 내년 경제정책, 정치·노동계 협조에 달렸다

정부가 22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의 방점은 구조개혁에 찍혀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기 활성화와 구조개혁을 병행하겠다는 ‘투 트랙’전략이지만 속내는 주요 부문의 구조개혁을 통해 장기적인 기초체력을 보강해나가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내년이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중반인데다 큰 선거가 없는 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가계대출, 기업 구조조정,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등 3대 위험 요인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말만 요란했던 규제완화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부를 제외하곤 전면 폐지하거나 대안을 마련하는 ‘규제 기요틴(단두대)’을 추진키로 했다.

내년에 이뤄내야 할 구조개혁의 핵심은 단연 노동·교육·금융 분야다. 노동 개혁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통한 고용 촉진에 적극 나서고, 교육 부문에선 기업 현장의 수요에 맞춰 인재를 육성키로 했다. 경쟁력이 우간다 수준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금융은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IT기술과 결합된 금융 서비스)라는 ‘매기’를 풀어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세 개의 화살’로 불리는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마지막 화살인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해지는 바람에 동력을 잃은 건 좋은 반면교사다. 그런 점에서 구조개혁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시가 부족해 걱정된다. 노동개혁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당초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큰 그림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열린 노사정위원회에서 기본 합의조차 하지 못해 이번 정책엔 액션 플랜 없이 껍데기만 담았다. 공무원연금에 이어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을 추진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도 정치권의 비협조로 지지부진한 마당에 다른 연금 개혁들이 순탄하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특히, 이번 정책 방향에서 재정 건전성이 간과된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폭증하는 복지 수요로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통화위기 등 국제 금융시장마저 어려워지고 있어 더욱 문제다.

우리 경제는 이미 디플레이션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심각하다. 주요 기관들의 내년 전망이 현실화하면 우리는 잠재성장률(3%대 후반)을 밑도는 경기침체가 2011년 이후 5년 간 이어지게 된다. 각 경제 주체들은 이런 한국 경제의 현실을 직시하고 구조개혁이 성공하도록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정치권과 노동계의 협조는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