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경제를 말하다>“부자가 돈 쓰는 것 용인하는 사회 되도록 의식 전환 필요”

  • 문화일보
  • 입력 2015-01-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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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준경(오른쪽부터)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앞에서 신년특별좌담을 진행하기에 앞서 올해 경제 현안 등을 소재로 환담하고 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


2015년 한국 경제가 극심한 불확실성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내부적으론 내수와 산업 침체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가운데, 저물가까지 겹치며 경제활력을 잃어 일본식 장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중국의 기술 추격과 성장 둔화, 일본의 엔저(엔화가치 하락),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유로존의 침체 등의 변수들이 수출 의존도와 자본 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새해 경제정책 기조로 노동, 교육, 공공, 금융 부문에서 구조개혁의 기치를 내걸었다. 하지만 기득권을 쥔 계층·집단·세력들의 반발 등 넘어야 할 난관이 첩첩산중이다. 이에 문화일보는 국민경제 차원의 구조개혁 과제를 짚어 보는 신년특별좌담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3시간가량 진행된 특별좌담에는 권태신(65)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김준경(58)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하태형(56)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이 참석했다. 대표적 국책·민간 연구기관의 수장인 이들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과 글로벌 경제변수 분석을 토대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서 탈출할 수 있는 구조개혁의 시급성과 각 부문 과제를 짚었다.

[참석자]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진행]
오승훈 경제산업부 부장대우



◇2015년 한국 경제는 나아지는가

―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

△김준경 = KDI는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4%로 추정했다. 올해 성장률은 3.5%로 전망했는데, 지난해보다는 다소(0.1%포인트) 나아질 것으로 본다. 이는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 좋아진다는 전제에서다. 투자는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수년간 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하강추세다. 제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서비스업 실적도 1960년대 초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다. 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 투자 확대를 기대하긴 힘들다. 물가는 내수가 나아져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유가 하락이란 새로운 변수가 있어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1%대 중반을 예상한다.

△권태신 = 올해 미국 경제가 나아지고, 일본도 그렇다면 한국 경제도 약간 회복세를 예상한다. 그런데 추이를 분석해 보면 구조적으로 지금 장기 정체로 빠져드는 것 같다. 소비성향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기업들은 투자를 꺼린다. 투자를 하더라도 전부 해외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가 1000억 달러에 불과한데 밖으로 나간 투자는 3000억 달러에 이른다. 얼마나 우리나라가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인지 알 수 있다. 구조적으로 우리 경제가 너무나 안 좋은데도, 정부나 국회는 각종 정책에 기업이나 시장보다는 복지, 분배, 평등 개념을 섞어 버리고 있다. 시장경제의 발달 덕분에 발전했지만 분배나 복지의 개념을 넣다 보니 기업들이 국내에서 활동하기에는 경쟁력이 떨어져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그냥 두면 경기 순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장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크다.

△하태형 =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본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불확실성이 매우 고조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현대경제연구원 3.6%, KDI 3.5%, 한경연 3.7%로 각각 전망했지만, 상황에 따라 3개 연구기관이 전망한 게 모두 틀릴 수도 있다. 의외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 리스크(위험)가 크다고 보는 것인가.

△하태형 =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것은 항상 미국에서부터 비롯됐다. 미국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돈을 풀었고, 이게 유럽과 신흥국 등 다른 지역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시기에는 예외 없이 문제가 터졌다. 과거 20년간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크게 두 번이다. 1994년 4월부터 1995년 4월까지 금리를 3.0%에서 6.0%로 올렸다. 이후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졌다. 국제유가도 1997년 말에 23달러에서 1998년 말 10달러대로, 1999년 초엔 9달러대까지 급락했다. 그 여파로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사태를 맞았다. 두 번째로 금리를 올린 시기가 2004년 4월부터 2006년 7월까지로 1.0%에서 5.25%까지 올렸다. 곧이어 2007년에 미국 금융위기가 터졌다. 또다시 2014년 말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에 빠질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큰 맥락에서 과거에 반복됐던 패턴이 전조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언급을 보면 오는 6월쯤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올해 말 1.125%, 2016년에 2.5%, 2017년엔 3.6% 정도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리를 서서히 올리더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준경 =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하강위험)에 대외적 요인이 크다. 세계 경제를 보면 유로존이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못해 저성장이 예상된다. 디플레이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에선 5개월 연속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 중국이 과잉투자와 부동산 버블을 어떻게 연착륙시킬지도 지켜봐야 할 이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판단된다.

△권태신 =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재임하던 시절 회의에서 “왜 10년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되풀이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때 나온 지적 중에 첫째가 사람들이 욕심이 많다는 것이다. 저금리 시대엔 모두 위험투자를 한단다. 둘째는 누가 잘된다고 하면 몰려가는 현상이고, 셋째는 사람들이 그걸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1998년에 발생한 러시아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사태와 같은 상황이 생겨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돈을 빼가기 시작하면 위기가 전파된다.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산업혁명 이후 200∼300년 지났는데 지금은 과거 증기 혁명이나 반도체 혁명처럼 생산성이 퀀텀 점프(대도약)할 아이템이 없다. 생산성이 장기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앞으로 세계적인 저성장이 새로운 일상이 될 수도 있다.



◇한국 경제는 일본 장기침체 따라가나

―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올해 글로벌 경제나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데 전망들이 일치하고 있다.

△김준경 = 미국의 양적완화와 초저금리정책으로 달러자본이 많이 들어간 신흥시장을 주시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위기 이후 민간 신용이 크게 팽창됨과 동시에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들이 문제다. 현재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와 외환 사정 측면에서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이다. 러시아도 신용이 많이 팽창됐다. 2008년 금융위기 정도는 아니겠지만, 다음에 나타날 수 있는 금융 불안의 진앙지는 이들 국가나 지역이 될 개연성이 매우 높아졌다.

△권태신 = 올해 한국은 866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돼 외환 사정이 괜찮다고 볼 수 있겠지만,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자본시장 자유화가 잘돼 있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돈을 빼가기가 좋다는 뜻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600억 달러 수준이지만,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자금 규모를 보면 안심할 수는 없다. 주식시장에 들어온 자금이 4500억 달러, 채권시장 자금이 1000억 달러,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차입금이 2800억 달러다. 위기가 발생하면 일부만 빠져나가도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하태형 = 올해 방한했던 찰스 달라라 전 국제금융협회(IIF) 회장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미국 상원의원을 지낸 존 글렌이 지구 궤도를 처음으로 돈 미국인 최초의 우주인인데, 그에게 “기분이 어떠했느냐”고 물었더니 “기분 좋은 것은 잠시뿐이고, 내가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답했다고 한다. 지금 전 세계 금융시장이 지구 궤도에 최초로 올랐던 글렌의 입장과 비슷한 상황이란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전례가 없던 것이다. 그 결과 전 세계 자본시장이 붕 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엄청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 엔저(엔화가치 하락)도 큰 변수인데, 수출 전망은.

△하태형 =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괜찮겠지만, 그 구조를 봐야 한다. 수출이 대폭 늘어나는 게 아니라 수입이 쪼그라드는 불황형 흑자가 예상된다.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때의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건강하지 못한 흑자다. 올해 원·엔 환율은 연평균 900∼950원으로 예측된다. 950원이면 올해 수출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4.4%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900원까지 떨어지면 8% 이상 수출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엔 0.55였지만 지금은 0.58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재정환율로 결정되는 원·엔 환율에 대응할 뚜렷한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권태신 =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 수출 주력산업인 제철, 조선, 석유화학 등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이 중간재를 구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가공수출 비중도 2000년 55.2%였는데 2014년엔 37.7%로 떨어졌다. 중국 내에서 중간재도 생산하고 내수 위주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품목 대부분이 중간재였던 만큼, 대중 수출 감소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김준경 = 엔저만 놓고 보면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엔화를 제외한 나머지 달러나 위안화, 유로화에 대해선 원화가 모두 약세다. 각국과의 무역액을 감안해 가중평균을 낸 실효 환율을 보면 그렇다. 물론 일본과 직접 경합하는 업종은 어렵겠지만, 과거에 비해 대(對)일본 수출이나 수입 비중이 많이 줄었다. 10년 전 엔저 때와는 무역구조가 많이 바뀌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 성장 추이를 놓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가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준경 = 한국의 현재 상황은 내수, 자산가격, 물가, 부동산시장 등 전반을 비교했을 때 1990년대 초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다. 내수가 지속적으로 침체되고 있는 점도 닮았다. 이것은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자산가격 특히 부동산가격이 약세인데, 이에 대처하는 통화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도 닮은 점이 있다. 일본 부동산 거품 붕괴 초기 단계에서 일본 통화당국의 물가안정 기준과 정책 의지가 모호해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을 막지 못한 실책이 있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권태신 = 과거에는 행정권력이 앞장서서 전 국민적인 대응이 가능했지만, 그간 권력이동이 일어나 국회로 권한이 집중된 상태다. 대통령이 규제개혁 등을 얘기해도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 몇 번 선거를 거치는 과정에서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된 것도 경제활성화를 가로막았다. 정치는 민주화돼야 하지만 경제는 효율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축소, 정년연장, 중소기업 적합업종,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기업 환경을 악화시키는 일만 벌어지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태형 = 저성장이 한국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이미 선진국에 진입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추산으로 2016년도 구매력평가(PPP)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일본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장기 저성장의 문제는 민간소비, 즉 내수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게 먹고 마시고 쓰는 소비다. 소비가 큰 부분을 차지할수록 경제는 건실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민간소비가 GDP의 51%다. 미국 70%, 일본 60%와 비교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우리는 2020년엔 49%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민간소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GDP를 성장시키려면 결국 수출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거기도 불확실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극복해야 할 부분은 ‘어떻게 하면 내수침체를 풀어갈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심리 속에서 디플레이션 인식이 굳어지는 순간, 경제는 계속 쪼그라든다. 현재 디플레이션까지 거론하긴 힘들더라도 추세로 볼 때 염려스럽다. 디플레이션으로 들어가기 전에 선제적 경기부양이 굉장히 중요하다.


“‘근로자 7%’대기업 노조, 기득권 버려야 한국號 침몰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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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구조개혁인가

― 자연스럽게 저성장 고착화 추세에서 벗어나려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수렴되는 것 같다.

△김준경 = 지난 10년간 한국이 저성장한 데는 인구 고령화 문제가 컸다. 중국도 계속 추격해오고 있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선진 산업과 기술을 모방하는 추격형이었지만, 이젠 선진국과 어깨를 겨누며 선도경제로 진입하는 수준까지 왔는데 고령화라는 어려움이 닥친 것이다. 독일도 인구 고령화가 빨리 왔으나 일본이나 한국처럼 부정적인 효과가 나진 않았다. 개방을 통해 교육이나 금융, 유망 서비스 부문 등에서 양질의 인력을 들여와 이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외국의 인력과 투자를 받아들인다면 내부 고령화 문제도 충분히 극복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외 개방에 대해 상당히 경직적이다. 내부에선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서비스 부문이 닫혀있어 외부 인력과 투자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업종마다 기득권과 정치권 등의 담합과 유착이 심각해 개방정책이 연거푸 실패하고 비효율이 초래되고 있다. 공공부문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사회적 비용이 커진 문제도 심각하다. 공기업 부채가 수년 동안 크게 증가한 반면, 실적은 부진하다. 지난해 부채 감소와 구조조정 성과가 일부 있었지만 아직 어려움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개방과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건다면 지금의 성장률보다 더 높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까지 갈 수 있다. 잠재력은 있으나 인위적 정책 실패, 제도 운영 실패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권태신 = 구조조정이나 개혁이란 안 되는 곳은 문을 닫고, 잘하는 곳으로 가자는 것이다. 특히 잘하는 곳으로 가자는 측면에서 보면 서비스 산업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잘 안됐던 이유가 있다. 의료분야에서 영리병원이나 원격진료 등을 못하게 막는 것을 포함해 교육, 콘텐츠, 관광업 모두에서 업종·지역·집단 이기주의가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 변화를 막고 있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신성장동력도 활성화되지 못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힘들더라도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기득권층의 이기적인 생각을 바꾸고 기득권을 없애야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평등, 형평, 복지 개념만으로 죽어가는 중소기업이나 ‘좀비기업’을 살리려고 하면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주저앉느냐, 다시 일어서느냐의 중대한 국면에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올해 경제운영계획 발표를 통해 단기적인 경기부양 기조에서 구조개혁 기조로 전환했다.

△하태형 = 상당히 적절하다고 본다. 사실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은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물론, 노동부문 개혁을 최우선 순위에 올리겠다고 밝힌 것은 실제 실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의지 측면에서 평가한다.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겠다는 것은 노동개혁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본격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교육부문도 당연히 해야 한다. 다만 금융부문은 작은 내용은 있지만 크게 눈에 띄는 부분이 없어서 아쉽다.

△김준경 = 기본적으로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고 통화정책도 저금리 기조인 만큼 거시정책적 측면에서 경기를 부양하면서 구조개혁을 진행한다면 국민들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건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실천이다.

△권태신 =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영국병’으로 무너질 때 구조개혁을 단행해 영국을 살렸다. 독일에서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노동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어받았다. 네덜란드에서도 노·사·정 대타협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해 오늘날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도 그러한 사회적 대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노총 관계자들이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합의한 데 반발해 논의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공공부문 개혁

― 노동시장 개혁은 노·사·정 간 큰 틀에서만 합의했다. 새해에 진짜 협상이 시작되는 것인데.

△권태신 = 한국이란 큰 배가 서서히 가라앉으면 거기에 승선한 부유한 사람이나 양대 노총(한국노총, 민노총) 조합원이나 시간 차만 있을 뿐 바다에 빠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노동시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등의 지표를 보면 세계에서 우리가 가장 낙후돼 있다. 노동시장 개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주체는 기득권층으로, 전체 노조 가입 대상 근로자의 7.4%에 불과한 대기업 정규직 노조다. 그들이 나머지 93%를 희생시키면서 기득권을 고수하고 있다. 겉으론 비정규직을 보호하자고 하지만, 노동시장 개혁이 자기들과는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노·사·정 대타협은 하나씩 주고받아야 하는 협상이다. 노동시장이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해주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주겠다는 식으로 협의가 진행돼야 하는데, 정규직 노조는 이미 얻을 것을 다 얻어버린 상황이다. 만 60세 정년연장이 의무화된 것은 물론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통상임금도 늘어나지 않는가. 노동시장 개혁이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도 있지만, 그게 안 되면 젊은 층의 일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정규직 노조원들의 자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그 점을 인식시켜서 타협의 장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

△하태형 =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게 핵심이다. 비정규직이 600만 명이나 되는데 임금은 정규직의 65% 수준이다. 연금, 고용보험에서도 차이가 크다. 굉장히 시급한 문제다. 노·사·정 협상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분에 대한 양보를 받아내려면 고용보험이나 노후 사회 안전망까지 올려놓고 얘기해야 한다. 지난한 과정일 것이다. 과거 독일이나 일본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다.

△김준경 = 임금체계도 큰 문제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의 부정적 측면이 큰데, 국제비교를 해보면 한국은 연공성이 극단적으로 높다. 직무나 성과와 관계없이 해가 가면 월급이 올라간다. 신규 직원이 받는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제조업 20∼30년 재직자 인건비는 3배인 300이 넘는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5배 수준이다. 스웨덴은 1.1배로 젊은 사람들도 성과가 좋으면 임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체계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결국 기업주 입장에서 50대 이상 근로자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기업주는 비용을 줄이려 조기 퇴직을 실시하는데, 정작 퇴직자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업무실적과 상관없이 일을 해오다 보니 역량 계발이 안 됐기 때문이다. 자영업밖에 할 것이 없다. 최근 수년간 50∼60대 자영업자가 가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평균 3년이면 폐업하게 되고, 전반적으로 소득이 떨어진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자는 71세, 여자는 70세까지 또 일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OECD 국가들에선 평균 64세 정도가 되면 은퇴한다. 하지만 한국은 조기 퇴직 후 70대까지 일해도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48%로, 2명 중 1명이 빈곤선 밑에 있다. OECD 평균은 12%에 불과하다. 58세에 은퇴하는 프랑스도 65세 이상 빈곤율이 5% 미만에 그치고 있다. 우리는 건강이 허용할 때까지 일하는 데도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왜 정년 60세도 못 채우고, 더 힘든 자영업자가 되는지를 따져보면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권태신 = 사회 곳곳에 동맥경화가 있어 피가 흐르지 않고 있다. 그걸 깨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못살게 된다. 그게 구조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하면서 40∼50대 직원 30만 명 중 10만 명이 직장을 잃었다. 그들은 자영업자가 되는 것 외에 거의 이직을 하지 못했다. 10% 정도를 제외하고는 직업 이동이 거의 없었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은 최고경영자(CEO)나 중간 관리자, 일반 직원들이 해고를 당해도 쉽게 다른 직장으로 이동한다. 우리 사회에 ‘직업 칸막이’가 심해서 그렇다. 이런 문제를 없애려면 기본적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한다. 일을 적게 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면 돈을 적게 받아야 하고, 정년을 연장하려면 임금 피크제나 성과급제 등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젊은 사람들을 많이 뽑을 수 있다. 동맥경화로 아픈데도 내 것만 지키려고 하니 전체가 썩고 있다.

― 공공부문 개혁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추진했지만, 공무원 노조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권태신 = 국가부채 비율이 순수 정부 쪽만 2000년에 GDP 대비 18% 정도인데, 지금은 37% 정도다. 머지않아 60∼70%로 올라가게 돼 있고, 그러면 국가부도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게 공공부문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인데, 국가는 물론 기업과 가정이 살려면 국가부채가 더 늘어선 안 된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도 공공부문 개혁을 서두른 것이다. 공공부문은 국민이 주인이어서 감시를 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예산이 한번 들어가면 늘 낭비가 발생하고 자꾸 비대해진다.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다. 견제와 균형, 감독이 없으면 혜택이 계속 늘어나는 공공부문의 개혁은 불가능하다. 그 한 가지 방안이 공무원연금인 만큼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개인적인 피해가 있더라도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다른 부문도 설득할 수 있다.

△하태형 = 공무원연금 개혁이 조기에 성과를 낸다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제치고 박근혜정부의 최대 업적이 될 것이다. 수백만 명의 공무원들을 설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탄력을 받아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 개혁으로 이어져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사회적 타협을 이뤄낸 것을 지렛대로 삼아 여타 공공부문, 공기업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준경 = 구조개혁의 문제가 노동, 금융, 교육 등 전 방위적으로 산적해 있다.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야 민간부문도 뒤따라 개혁을 진행할 수 있다. 우리는 ‘어∼’하는 사이에 과거 10∼20년 전에 비해 OECD 국가 중 갈등 수준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변해버렸다. 이전에는 신뢰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현재는 정부 신뢰도가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7번째일 정도로 떨어졌다. 국민들끼리도 불신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역량이 바닥이다. 미국은 인종갈등이나 소득 불균형 등으로 우리보다 갈등 수준이 더 심각하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민주적 역량이 더 높아서 유지된다. 구조개혁을 하려면 기득권층이 반대할 것이고, 그 반대편도 끌고 가려면 신뢰가 필요하다. 이미 신뢰가 많이 실추된 상황에서 갈등을 해소하려면 정부부문에 대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공무원연금 등 공공부문 개혁이 잘돼야 전체 구조개혁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公共부문 개혁돼야 금융·교육 등 전방위 문제 해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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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금융부문 개혁

―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구조개혁 과제로 21세기형 인적자본 차원에서 교육개혁에 대한 지적들이 많다.

△권태신 = 교육도 결국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하는 것인 만큼 효율적, 생산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교육에서도 예산 낭비가 매우 심각하다. 예전엔 공급자 위주였지만 이제는 수요자 위주로 교육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 평등을 앞세워 하향 평준화를 조장하는 제도도 문제다. 프랑스에서도 평등을 부르짖지만 그랑제콜(grandes ecoles)이라는 ‘대학 위의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이 된다. 수업료나 학생 선발권에서 대학의 자율권도 필요하다.

△하태형 = 기본적으로 너무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다. 이게 노인 빈곤의 요인으로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 부모들이 더 나은 길을 찾아도 될 자식들까지 지원해 대학에 보내다 보니 노후불안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교육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인적 자본을 키워왔지만, 이제는 낭비적인 요소가 커졌다. 교육에서 경쟁적인 요소를 너무 없애려는 것도 문제다. 경쟁요소를 제한하면 경쟁력이 사라져 모두 망치고 만다.

△김준경 =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원인을 보면 수요와 공급 측면이 모두 작용한다. 수요에선 규제가 많아 좋은 일자리가 안 나온다. 이는 규제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공급 측면의 경우 21세기 경제에 맞는 창의적 인재가 필요한데, 우리의 교육제도는 과거 모방경제에서 잘 작동했던 주입식 교육에 머물고 있다. 단답식, 즉 지식의 양적 축적이 많을수록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모방경제에서나 가능했었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엔 인터넷에 죄다 떠 있는 지식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창의적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면 한국은 일본이나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고꾸라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인적자본이 세계 1위가 돼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 꾸준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기부를 통해 실리콘밸리 근처에 설립된 벅(BUCK) 인스티튜트에선 전국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2∼3주 과정의 토론식 수업 교수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 교사가 바뀌어야 학생도 바뀔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교육 전문가를 만났더니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4지선다형 문제를 내는 경우가 없다고 하더라.

△권태신 = 교육에도 인센티브(보상)제도가 필요하다. 경쟁원리다. 영국에선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다니던 공립초등학교마저도 학교평가에서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해 폐쇄된 적이 있다. 교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학생들도 다른 학교로 보내졌다. 우리의 경우 교사들은 평가 자체를 불편해하고, 경쟁을 피하려고만 한다. 특히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도 문제다. 지방자치의 핵심이 주민 경제와 복지, 교육인데 지금처럼 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풍토에서 치러지는 선거 결과로 교육감이 선출돼 교육자치가 흔들리고 서로 충돌을 빚는 현상이 발생하면 어떻게 제대로 교육개혁이 되겠는가.


― 금융부문 구조개혁의 과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태형 = 그동안 정부가 금융에 대해 과보호해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인적보증에다, 담보물을 넘겨도 부족분까지 다 갚아야 한다. 미국에선 물적 보증제라서 주택담보 대출금을 못 갚는 경우 주택을 주면 끝이다. 그래서 미국 은행들은 자신들이 잘못하면 돈을 떼일 수 있어서 심사기능이 발달하고 경쟁력도 생겼다. 반면 우리는 정부가 과보호하니 은행 자체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수료 규제 등 정부 간섭도 커졌다.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실제 WEF 기준 한국 금융경쟁력 수준은 83위, 은행 건전성도 126위다. 말도 안 되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

△권태신 = 금융은 경제의 심장과 혈관이다. 이 기능이 잘돼야 산업이 발전한다. 하지만 우리 은행들의 경우 주가총액 나누기 장부가액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으로, 장부가액만큼도 주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본이익률도 3∼5%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도 10% 이상이다. PBR도 이들 국가는 1이 넘는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낙후돼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첫째 정부나 정치권에서 금융기관을 산업으로 보지 않고 준공공재로 보기 때문이다. 산업을 위해 금융이 희생하고, 국민을 위해 수수료를 깎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운데 감독기관은 외환위기 때 금융기관이 무너져 공적자금을 투입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은행을 망하지 않게 하려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 수수료, 이자, 업무, 상품까지 통제하는 데 신경을 쓴다. 둘째로 기업은 주주가 역할을 하는데, 금융기관은 주인이 없는 기관처럼 돼 있다. 은행 간부들이 행장보다 정치권 등에 줄을 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금융감독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창구지도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것들을 고치지 않으면 금융산업은 비전이 없다.



◇구조개혁의 원칙

― 정부가 구조개혁의 깃발을 들었지만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정부가 견지해야 할 기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준경 = 구조개혁 성공의 관건은 실천이다. 정책을 집행할 때 실천하기 위해선 계량화된 정책 목표가 필요하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스마트(SMART)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 구체성의 ‘specific’, 측정 가능성의 ‘mesurable’, 달성 가능성의 ‘achievable’, 연관성의 ‘relevant’, 시작과 끝을 뜻하는 ‘time bound’의 첫 문자를 모은 것이다. 이 같은 스마트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점검, 모니터링, 평가해서 문제가 있으면 피드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것을 핵심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있다. 당시 영국의 교통, 교육, 병원 등 각종 공공 서비스 부문에 문제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영 병원의 경우 환자 대기 시간이 8∼9시간에 달해 응급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에 측정 가능성 원칙에 따라 대기시간을 4시간 이내로 규정했고, 이를 달성한 병원에는 5분기 동안 10만 파운드씩 인센티브를 줬다. 이를 맞추지 못한 병원에는 불이익을 줬다. 이 같은 점검과 피드백 과정을 거치자 목표 달성 병원이 60%에서 90%로 증가했다.

△권태신 = 좋은 사례다. 다만, 이런 점은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4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보훈병원에서 재향군인 40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진료 예약을 하면 1∼2년 기다려야 겨우 담당 의사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방부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 근무하는 담당 부서인 재향군인청에선 보훈병원의 예약 대기 시간을 모두 허위로 작성한 것이 발각됐다. 실제 대기 기간이 6개월이나 1∼2년까지 늦어졌는데도 7∼10일가량 걸린 것으로 조작했다. 이 사건으로 주무 장관이 사임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대적 개혁을 지시하는 등 난리가 벌어졌다. 즉 목표치를 잘못 정하면 조작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표 하나만 갖고 해선 안 된다. 기업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 구조조정이란 세상이 바뀌는 것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일본처럼 세상의 흐름에서 처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삼성과 한화가 방위산업, 화학 업종의 ‘빅딜’을 할 때처럼 자발적인 구조조정에도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지원이 필요하다.

△하태형 = 정부가 국민 의식을 개혁하는 부분도 주도했으면 좋겠다. 구조개혁의 예로 서비스 산업 부문이 언급됐지만, 우리나라는 돈 있는 사람들이 돈을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안 돼 있다. 돈을 쓰려면 해외로 나가서 쓰는 게 속 편하다는 인식이 있고, 이게 내수를 위축시키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바깥에 나가서 쓰는 돈을 안에서 써도 무방한 여건과 분위기가 되면 그것만으로도 내수산업이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고급 주택이 들어서거나, 공납금이 1억 원을 넘는 사립학교가 생기더라도 매번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일로 매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값비싼 요트를 구입해서 즐기고, 개인용 비행기를 타는 것도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러한 돈이 얼마나 적법하고 투명한 것인지, 세금은 잘 냈는지 등을 따져보면 될 것 아니냐. 이제는 남이 돈을 쓰는 것에 배 아파 하거나 사회 문제시하기보다 용인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oshun@munhwa.com

정리 =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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