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산업 기밀이 샌다>산업기술 유출피해 10년간 500兆

M&A·기술제휴 가장 등
다양한 형태로 수법 진화
기술격차 단숨에 추월 당해

방위산업·전략물자 등
안보 직결 분야로 확산중

2015년 대한민국 경제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보당국은 9일 최근 10년간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5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선점하고 있는 주요 산업에서의 기술 및 기밀 유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방위산업·전략물자 불법 수출까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로 범위가 확산되는 추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인수·합병(M&A)이나 기술제휴 등 합법을 가장하고, 고급두뇌 매수 및 스카우트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기밀 유출이 이뤄지는 등 다양한 형태와 수법으로 첨단 기술 유출이 시도되고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날 “전통적 산업스파이는 물론, 외국 자본의 국내 경제질서 교란 등 신종 국익침해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며 “정보유출 피해가 한해 50조 원, 지난 10년간 500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2003∼2013년 해외로의 기술유출 사건 등 총 375건의 경제·안보 침해사건을 적발했다.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산업기밀 유출로 인해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에서 ‘6∼7년 기술 격차’도 단숨에 따라잡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쟁 국가 산업스파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한국의 최대 표적은 세계시장 1∼5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자동차·스마트폰 기술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 팬택의 매각 협상이 1월 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구 개발비만 3조 원이 투입되고 3500여 개의 특허기술을 가진 팬택이 해외에 매각될 경우 심각한 기술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핵심 산업기밀 유출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개인정보 유출에서 시작되는 만큼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노력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승배·박준희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