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스타파워만으론 한계… 작가·연출 ‘최적조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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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사에서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는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별그대’ 방송 이후 일본이 쥐고 있던 한류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하려는 차이나 머니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별그대’가 회당 3만5000달러를 받고 중국에 팔렸던 반면 현재 방송 중인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의 회당 판권 금액은 28만 달러다.

또한 스타뿐만 아니라 작가와 PD 등 제작 인력 수출 규모도 커졌다. ‘별그대’가 방송된 지 꼭 1년이 되는 시점, ‘별그대’를 만든 HB엔터테인먼트가 말하는 한류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별그대’가 방송되자 주연을 맡은 배우 김수현, 전지현뿐만 아니라 제작사 측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단순히 한국의 콘텐츠를 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 안목을 갖고 제작 노하우를 배우기 위함이다. 지분을 팔라는 곳도 있고, 드라마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하기도 한다.

윤현보 HB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달콤한 제안이 많지만 덥석 잡지는 않는다.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파트너를 만나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정서적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절충해야 발전적 모델을 만들 수 있는데 뜻이 같은 중국 파트너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제2의 ‘별그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요소는 ‘최적화’다. 박지은 작가의 대본이 좋았지만 이를 영상으로 구현한 장태유 PD의 섬세한 연출이 ‘별그대’에 숨을 불어넣었다. 도민준과 천송희 역할 역시 배우 김수현, 전지현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 아무리 글로 된 캐릭터가 좋아도 이를 완벽히 소화할 배우가 없으면 매력은 반감된다. ‘별그대’는 그야말로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런 드라마의 황금비율을 맞추는 것이 제작사의 몫이다.

윤 본부장은 “‘별그대’ 이전에는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내 딸 서영이’를 제작하며 소현경 작가와 이보영을 묶었고, 현재 방송 중인 SBS ‘펀치’에서는 ‘추적자’ 등을 썼던 박경수 작가와 배우 조재현, 김래원의 찰떡궁합이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며 “필력 있는 작가와 스타성과 잠재력을 두루 갖춘 배우들을 조합해야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별그대’가 성공한 이후 배우들만 스타가 된 것이 아니다. 장 PD는 SBS에 휴직계를 내고 중국에서 영화를 준비 중이며, 현재 가장 몸값 비싼 작가로 분류되는 박 작가는 국내외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영화의 경우 감독이 주연 배우를 능가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동안 한류 시장은 스타 위주로 구축됐다. 그러나 ‘별그대’는 작가와 PD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한류 시장을 재편하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별그대’ 제작사가 꼽는 또 다른 포인트는 콘텐츠 다변화다. ‘별그대’ 성공 이후 판타지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제작됐다. 외계인이었던 도민준이 초능력을 가졌듯 남다른 능력을 갖춘 캐릭터를 내세운 드라마가 앞다투어 제작됐지만 기억에 남는 건 없다. 따라잡기에 몰두하다가 선두주자의 뒤꽁무니만 보게 되는 격이다.

HB엔터테인먼트가 가족극 ‘내 딸 서영이’에 이어 판타지물 ‘별그대’를 거쳐 현재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가진 검사 드라마 ‘펀치’를 선택한 것도 쏠림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배치다. 문보미 HB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0년간 17작품을 만들며 깨달은 건 트렌드에 이끌려 가지 않고 선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다. 윤 본부장은 “다수의 작품을 만들며 축적된 가장 큰 재산은 작품을 기획하는 ‘안목’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중국 시장이 특정 소재를 가진 드라마를 좋아할 것이란 판단은 오산이다. 안전한 길만 택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분야와 소재를 개척해 가야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