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국방 업무보고>비살상무기로 ‘核’ 대응… 예산계획도 없는 ‘급조된 스타워즈’

北비대칭전력 위협 가시화
육·해·공·우주·사이버 등
5차원 전장영역 동시 통합
첨단기술 기반한 무기개발

국방부 “시간 필요하지만
방향성 갖고 추진한단 뜻”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9일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핵무기·대량파괴무기(WMD) 등 비대칭 위협에 대한 ‘도약적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 역(逆) 비대칭 전력 확보에 군사력 건설의 중점을 두겠다”며 고 발표한 것은 국방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역 비대칭 전력은 레이저빔, 전자기(EMP)탄, 초저주파음향무기 등 비살상무기체계를 의미하는 ‘소프트 킬(Soft Kill)’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방부가 북핵의 현실적 위협에 대응하는 구체적 방안이 아닌 ‘스타워즈’ 같은 미래형 처방을 내놓은 데 대해 예산조달·기술적 완성 시점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국방부가 소프트 킬 시스템 구상을 밝힌 것은 북한의 소형화된 핵무기의 미사일 탑재 등 실전 배치가 임박한 데다 생화학무기 등 비대칭 전력 위협이 가시화, 현실화 단계로 접어드는 가운데 핵·WMD 등 비대칭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역 비대칭 전력을 본격 개발하는 게 시급하다는 군 수뇌부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장관은 “최근 국방 환경이 국방비와 가용병력 등 국방자원이 제한되는 반면, 안보위협은 다변화되는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고 평화통일 등 미래 국가비전 실현을 국방이 뒷받침하기 위해 첨단과학기술을 국방업무에 융합하는 창조적 혁신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정보기술에 기반을 둔 작전수행 태세로 변혁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장관은 창조국방을 국방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게 된 배경과 관련, “육·해·공·우주·사이버 등 5차원 전장 영역의 작전요소를 동시에 통합하고 작전 속도의 우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비쿼터스 전장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전·평시에 작전수행이 가능한 무인기와 로봇무기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500원 동전 크기의 초소형 무인비행체가 조기에 개발되고, IoT· 인체통신기술 등을 활용한 미래전투병사체계를 갖춘 ‘스마트 솔저’ 개발도 앞당길 예정이다.

한 장관은 또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도시화 진전에 따른 도시지역작전 수행 방법을 발전시키겠다”며 “빅데이터를 이용해 도시지역 데이터베이스(DB)를 조기에 구축하고 건물 지역 전투용 감시 및 투시 무기체계와 비살상무기 등 소프트 킬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이처럼 ‘창조국방’으로 군사력 건설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예산 조달 방안이나 목표 연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창조경제’에 박자를 맞춰 급조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핵을 핵이 아니라 레이저빔 등으로 무력화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며 “이 같은 방향성을 갖고 추진한다는 것”이라고 한계를 자인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