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연기 스펙트럼 넓어진 듯”… ‘허삼관’서 첫 엄마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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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하면서 절절한 모성 표현
“나도 결혼할 수 있겠다 생각
문어체 대사가 이 작품 매력”

“누군가의 삶을 더 깊이 있게 연기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어요.”

배우 하지원(사진)이 영화 ‘허삼관’(14일 개봉)에 출연하며 얻은 성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영화에서 빠듯하게 살지만 세 아들을 꿋꿋하게 키우는 어머니를 연기했다. 그의 첫 ‘엄마 연기’ 도전이다. 이에 대해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는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만 주변 분들이 영화를 보고 ‘자연스럽게 연기했다’고 칭찬해줘서 힘을 얻었다”며 “현장에서 아역 배우들이 나랑 잘 놀아줬다. 아이들이 예쁘게 보이니 ‘결혼이라는 걸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중국 베스트셀러 작가 위화(余華)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가진 것 없는 청년 허삼관(하정우)이 강냉이를 파는 마을 처녀 허옥란(하지원)을 보고 첫눈에 반해 피를 팔아 장가 밑천을 만드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결혼한 두 사람이 11년 뒤 아들 셋을 낳고,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이어지다 첫째 아들 일락이 삼관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소동이 펼쳐진다.

영화는 내내 밝은 톤으로 전개되다 후반부에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원은 청순하면서도 발랄한 옥란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표현해내며 절절한 모성도 애틋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연기가 한층 유연해지고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는 “이전에 했던 연기는 여전사처럼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하면서 따뜻한 느낌의 캐릭터를 소화했다”며 “내 연기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영화의 다양한 매력 중 ‘문어체 대사’를 최고로 꼽았다. 그는 “처음에는 입에 잘 붙지 않아 힘들었는데 자꾸 하다 보니 재밌어졌어요. 특히 제가 일락이 친아버지 집에 찾아가 돈을 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내 남편이 네 아들을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라는 내용을 ‘내 남편이 당신 아들을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얘기하러 왔어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고 소개했다.

하지원과 작품을 함께한 감독과 동료 배우들은 모두 그를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하는 프로페셔널’이라고 평한다. 이 얘기를 던지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내가 좋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다. 액션도 재밌어서 열심히 연습하는 건데 다른 사람이 보면 ‘쟤는 왜 저렇게 열심히 하지’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때로는 안 좋은 상황에서 할 수도 있지만 그럴 땐 그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낸다”고 말했다.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