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新 풍물기행’>이곳을 추천합니다… 유럽식 빵집 ‘삐에스몽테’

녹두거리도 변화무쌍한 이 나라 도시 풍토를 따라 오래전부터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별로 없다.

그래도 그중 오래된 곳 중 하나가 녹두거리 초입에 자리 잡은 빵집 ‘삐에스몽테’다. 이 집은 녹두거리의 이름을 선사한 녹두집이나 그 뒤를 이은 청벽집 시대가 저문 뒤에 생겼다. 한 시대가 마감을 고한 후에야 비로소 유럽식 빵집이 녹두거리를 찾아든 것이다. 대략 1990년대 초엽이었던 것 같다. 이곳 ‘촌동네’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빵 맛을 이 집에 가면 볼 수 있었고, 곧이어 2층까지 차지해서 면적을 넓혔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감상하는 은근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바로 아래 녹두거리 앞을 지나다니는 학생들, 도림천, 화랑교, 길 건너편 구 289번 버스 종점 풍경들을 보며 맛있는 커피를 즐긴다.

서점 ‘그날이 오면’도 오가다 한 번쯤 꼭 들를 만한 곳이다. 이곳은 대형서점의 번잡함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랑할 만한 곳이다. 요즘 학생들은 무엇을 읽는지, 그들의 관심사, 지적 취향, 좋아하는 소설들은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이른바 사회과학 서점이지만 시집, 소설집부터 웬만한 트렌드 서적은 잘 갖추어 놓았다. 옛날에는 이와 유사한 서점들이 도림천 화랑교 부근에 세 개까지도 있었지만, 하나씩 사라지고 이제 이 하나만 남았다. 주변에 좋은 헌책방이 몇 개 있지만 역시 이 서점만 한 둥지는 없다. 시선이 끌리는 책을 앉아서 천천히 뒤적여 보는 한가로운 재미를 맛볼 수도 있다. ‘하노이별’이나 ‘코네루’도 학생들이 즐겨 찾는 명소라면 명소다. 요즘 학생들 입맛이 옛날과 다르다. 담백한 칼국수에 월남쌈을 곁들이거나, 가츠동, 일식 카레, 우동 같은 것을 좋아한다. 전통 한식은 조금 밀려난 듯한 인상이다. 그렇다고 고기 구우며 번거롭게 먹기 싫을 때, 하노이 밤하늘에 떠 있을 별을 생각하거나 본래 서양이나 인도 것이되 일본식으로 변한 음식들을 찾게 된다. 가벼운 식사를 마치고 아쉽게도 까페 베리 같은 곳은 없으니 맞은편의 삐에스몽테, ‘프랭코스’ 같은 곳에서 커피를 마신다.

그러고는 천천히 거리를 산책하듯 걷는 것이다. 멀리 떠났다 이제 겨우 이곳에 돌아온 탕아처럼 말이다. 밤이라면 ‘황해도 빈대떡’집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꽤 정겹게들 보일 것이다. 마치 고향을 가진 사람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