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女大生 “내 꿈은 역사 알리는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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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든 80대든 공부를 하면 젊은 사람이고, 공부하지 않으면 늙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늘이 부를 때까지 늘 공부하며 젊은 사람으로 살 것입니다.”

70대의 나이로 오는 3월이면 어엿한 여대생이 되는 장늠이(여·75·사진)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학력인정 평생학교인 일성여고의 최고령 졸업생인 장 씨는 올해 국가유공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수시 전형에서 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에 합격해 다음 달이면 ‘새내기 여대생’이 된다. 입학을 앞두고 있는 장 씨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역사와 유적지를 설명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되고 싶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한자와 중국어 간체자를 계속해서 익힌 만큼 대학에서도 중국어를 전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칠곡에서 소학교를 다니던 장 씨는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면서 배움의 기회를 잃게 됐다. 전란이 끝난 뒤 근근이 소학교는 졸업했지만, 부친이 징집됐다 전사하는 바람에 장녀이던 장 씨는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생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후 장 씨는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다섯 남매를 낳았지만,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아이들을 키우느라 학업을 다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장 씨는 “엄마로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늘 못다 한 배움에 대한 한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 씨가 다시 배움의 문을 두드린 것은 슬하의 2남 3녀를 모두 출가시킨 뒤였다. 그는 충무로의 한 학원에서 공부한 지 4개월 만에 중등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2013년 일성여고에 입학해 2년 만에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장 씨는 “어머니와 사별한 남편이 제가 대학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아마 저보다 더 기뻐했을 것”이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일성여중·고교에서는 올해 장 씨처럼 개인 사정으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80대의 만학도 중학생 315명과 고교생 215명이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한다. 야학 모임이 전신인 이 사립학교는 9년 연속 고교 졸업생 전원이 대학 진학의 꿈을 이뤘다. 올해도 졸업하는 고교생 모두가 대학에 합격했다. 졸업식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