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 순례를 온 이슬람 신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에서 카바 신전 주위를 둘러싸고 예배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무함마드가 기록한 알라의 계시
20억 이슬람 신자의 삶의 지침서
허용 ‘할랄’과 금기 ‘하람’이 핵심
일부다처, 미망인 많던 시대 반영
술·도박·고리대금업은 원천 금지
“문자 아닌 당시 문화속에서 파악”
전 세계 무슬림(이슬람 신자)은 약 20억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매일 5번 예배를 드리며 이슬람의 제1 경전인 코란(꾸란)을 암송한다. 교리, 예배의식, 생활 규범 등이 담긴 코란은 무슬림에게 삶의 지침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아랍 국가는 코란을 헌법으로 두기까지 한다.
코란은 약 1400년 전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하나님(알라)에게 받은 계시를 기록한 것이다. 무함마드는 610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인근 히라산 동굴에서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계시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무함마드는 이를 제자들에게 입으로 전했고, 실제 기술은 제자들을 통해 이뤄졌다. 이후 구전과 필사가 진행되면서 내용이 조금씩 다른 코란이 생겨났지만 제3대 칼리프(이슬람제국 최고통치자) 우스만(644∼656 재위)이 단 하나의 코란으로 집대성했다.
이 정본은 아랍어 문법이 정립된 933년부터 현재까지 그대로 내려오고 있다. 번역본은 인정되지 않는다. 무슬림은 하나님의 뜻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언어를 아랍어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영길(아랍지역학) 명지대 명예교수는 “수많은 전쟁 속에서도 현재와 같은 거대 이슬람 문화권이 형성된 것은 하나의 언어로 된 코란 때문”이라고 했다. 604쪽으로 구성된 코란을 외우고 예배로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슬람 언어와 문화가 아랍권에서 자연스럽게 전승, 전파됐다는 설명이다.
코란은 이슬람 제2의 경전인 무함마드의 언행록(하디스)과 함께 이해해야 한다. 언행록은‘신의 말씀’은 구체적으로 풀이한 ‘참고서’격이다. 다만 언행록은 종파마다 다른 판본이 있기 때문에 해석의 차이가 존재한다. 핵심은 할랄(Halal)과 하람(Haram)이다. 할랄은 ‘허용’, 하람은 ‘금기’다. ‘돼지고기를 먹어선 안 된다’ ‘여성 4명까지 결혼할 수 있다’ 등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슬람의 상식도 할랄과 하람에서 온 것이다.
◇혼인 제외한 남녀 관계 배척 = 코란과 언행록에 따르면 실제 이슬람 남성들은 배우자를 4명까지 얻을 수 있다. 코란 4장 3절은 “만일 너희가 고아들을 공정하게 대하여 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면 좋은 여성 중에서 둘 또는 셋 또는 넷과도 결혼해도 좋으니라”고 밝힌다. 단, 조건이 충족될 때만 가능하다. 둘째 부인은 아내가 임신하지 못할 경우 그의 허락을 받아 맞는다. 셋째, 넷째 부인은 전쟁으로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성이 현저히 줄었을 때 둘 수 있다. 혼인은 전쟁 미망인과 고아를 돌보는 수단인 셈이다. 이라크는 실정법에서 1부1처제를 두고 있었지만 전쟁 후 1부4처제로 바꾼 바 있다.
이처럼 이슬람이 남녀 간의 결혼을 유인하는 것은 인구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무함마드는 “국력이 인구고, 인구가 곧 국력”이라고 했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독신주의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대신 이슬람은 혼인이 아닌 형태의 남녀 관계를 금지한다. 코란에는 “간음하거나 간통하지 말라. 실로 그것은 부끄럽고 죄악으로 가는 길이니라”(17장 32절)고 적혔다. 간통한 기혼 여성은 현장을 증언할 수 있는 4명의 증인이 성립되면 사형이 가능하다. 남녀가 이어지는 통로와 수단도 사전에 막는다. 특히 얼굴과 양손을 제외한 신체 노출은 허용되지 않는 등 여성에 대한 규정이 많다. “발걸음 소리를 내어 유혹함을 보여서는 아니 되나니”(24장 31절), “여성들은 가슴을 가리는 머릿수건을 써야 하느니라”(24장 31절) 같은 것들이다.
◇여성은 남성이 보호해야 할 존재 = 이런 규정들 때문에 이슬람은 남성 우월적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하지만 간통을 금지하는 것은 남성도 다르지 않으며, 사형 선고가 가능하다. 혼전 성관계를 하면 역시 코란에 근거해 남녀 모두 태형에 처한다. 또한 1400년 전 확정된 내용임에도 코란은 여성의 인권과 상속권 등을 인정하고 있다. 최 교수는 “코란에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번역되는 문장이 있지만, 이는 실제 ‘남성은 여성의 보호자다’라고 해석해야 옳다”면서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남성의 보호를 받으며 동등한 가치와 존엄을 가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코란은 당시의 시대상과 문화 속에서 파악해야지 문자 그대로 해석해선 곤란하다”면서 “결국 코란을 특정 구절만 보거나 문자를 있는 그대로만 보려는 근본주의, 원리주의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술·도박·고리대금업 금지 = 코란에는 갖가지 생활 규범을 다룬 구절이 많다. 알코올이 든 주류는 그것이 무엇이든 제조·유통·판매·음용이 금지된다. 바다에서 잡은 것은 모두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지상에서 사냥을 통해 얻은 것 중에는 돼지고기, 동물의 피 등을 먹을 수 없다. 피가 잘 빠지게 하는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되지 않은 고기도 식용이 금지된다. 죽어 있는 동물의 사체 또한 먹어선 안 된다. 도박과 이자를 받는 행위, 우상 숭배는 죄악이다. 특히 우상숭배는 무함마드의 경우도 해당된다. 그는 하나님의 말을 전한 대리자일 뿐이다. 신앙의 대상은 오직 하나님이어야 한다. 무함마드의 모습을 담거나 그를 경배하는 행위는 배척한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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