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일파만파>해외 反부패법은… 獨 ‘의원 뇌물수수 처벌’ 오히려 확대

공직사회 부정척결 집중
언론·학교 등 민간영역은
법 아닌 자율규제에 맡겨

반부패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반부패법은 공직 사회 부패 척결에 집중해 제정·운영되고 있으며 민간 영역의 부패문제는 대부분 자율 규제에 맡기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9월 강화된 개정 반부패법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법은 국회의원 뇌물 수수에 관한 처벌 범위를 확대했다. 과거에는 선거와 관련한 매표 행위만 처벌했으나 이제는 시기와 관계없이 이득을 제공 받는 모든 행위를 금지한다. 의원에게 줄 목적으로 제 3자가 받았더라도 범죄로 인정된다. 국회가 3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공직자가 자신의 가족 또는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 부분을 누락한 것과 대비된다.

싱가포르는 엄격한 반부패법을 통해 부패를 몰아낸 대표적인 국가다. 싱가포르에서 공직자들은 선물을 주고받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뇌물을 받지 않아도 의도를 드러냈다면 범죄가 성립된다. 뇌물을 받으면 형벌과는 별도로 뇌물 전액을 반환해야 하는 세부 규정도 마련돼 있다. 뇌물을 반환하지 못하면 처벌은 가중된다. 공직자들은 재산을 공개해야 하는데, 설명할 수 없는 재산은 국가가 몰수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CPIB)은 공직자들의 부패와 관련한 상당한 혐의만 있어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직사회가 투명한 나라로 평가받는 뉴질랜드도 중대사기수사국(SFO)이라는 반부패 기관을 운영하며 공직자의 부패 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고 있다. 실제 뉴질랜드의 한 국방장관은 공항 보안검색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기도 했고 환경장관이 친구가 상해보상을 빨리 받을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의료기관에 편지를 보냈다가 해임되기도 했다.

반부패 선진국들도 사립학교·학교법인 이사장과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대학병원 의사 등 민간 영역에 대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지만 법의 테두리가 아닌 자율 규제에 맡기고 있다. 국내에서 변호사들의 경우 공공성이 강하지만 민간영역이기 때문에 대한변호사협회 등을 통해 자체 징계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 인사는 “부패를 엄정하게 다루는 해외 선진국들도 민간영역의 부패 척결은 자율 규제에 맡기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