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AIIB에 북한 가입시키면 一石三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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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5-03-3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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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前 한국금융연구원장

1997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제가 엉망이 되는 힘든 경험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나서서 지원하긴 했지만, 과도한 고금리 정책 등을 요구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너무도 힘든 과정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통화기금, 즉 AMF 설립이 논의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미국 재무부 고위 관료가 일본의 재무성 고위 관료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대국(大國))이 되고 싶은가요?” “그건 아닙니다.” AMF 설립은 그렇게 물 건너갔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후 미국 뉴햄프셔 주의 브레턴우즈에 44개국 대표가 모여 새로운 국제 금융통화질서를 구축하기로 합의를 했다. 이른바 ‘브레턴우즈 1.0’ 체제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 영국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 경은 이른바 ‘케인스 플랜’을 제시하면서 국제청산동맹의 설립과 국제통화로서 ‘방코르’ 도입을 주장했다. 미국은 이른바 ‘화이트 플랜’을 통해 IMF를 중심으로 통화질서를 유지하되 수정안을 통해 ‘유니타스’라는 이름의 공통통화를 도입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에 이를 슬그머니 철회했다. 결국 금태환이 보장된 달러가 전 세계 기축통화로 부상했고, IMF와 세계은행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가 정착됐다. 이후 상황이 어려워지자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달러의 금태환을 정지시켰지만, 변동환율제가 시행되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른바 ‘브레턴우즈 2.0’의 시작이었다.

최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이 반대했지만, 영국·독일·프랑스가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우리도 가입 의사를 공식화했다. 2009년 3월 저우샤오촨 중국 런민은행 총재는 IMF가 발행하는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하자는 주장을 했고, 미국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미국 책임론을 집중 거론하면서 달러의 힘을 약화시키고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소위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통한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축을 가시화하는 과정에서 AIIB 설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위안화 국제화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이왕지사, 우리의 국격에 맞게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 AIIB 내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일로 가는 길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북한의 국제 금융기구 가입인데, 중국 주도의 국제기구라면 북한을 가입시키는 일도 가능하다. 출범 이후라도 북한이 가입하게 되면 AIIB를 통해 대북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 경우 북한은 국제 금융기구를 통해 다자 구도 속으로 편입되고, 개혁·개방 촉진에도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우리의 대북 지원 부담은 줄어드는 등 일석삼조(一石三鳥) 효과가 있을 것이다.

‘판’이 변하는 조짐이 보인다. ‘브레턴우즈 3.0’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비록 우리가 직접 짜는 ‘판’은 아니지만, ‘판’의 흐름을 잘 읽어내야 한다. 만일 AIIB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면 중국의 위상이 제고되면서 위안화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내에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우리는 ‘위안화 금융 허브’까지 염두에 두고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의 피나는 노력을 통해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수준은 벗어났다. 이제 현명한 ‘돌고래 전략’으로 새로운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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