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전남 강진군 성전면 달빛한옥마을 최봉일(오른쪽) 씨의 한옥 앞마당에 지어진 정자에서 최 씨와 김영성 이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행복마을’‘새꿈도시’ 브랜드… 은퇴자 외 30·40대까지 몰려
한옥마을 110곳 1254채 완공… 지자체서 공사비·보조금 지원
“공기 좋고 문화인프라도 갖춰… 퇴직이후 정착했는데 대만족”
농어촌에서 ‘제2인생’을 시작하려는 도시민들이 늘고 있다. 특히 농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귀촌인구가 귀농인구의 3배에 달하고 그 증가율도 훨씬 가파르다. 도시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은퇴 후 삶을 농촌에서 지내려는 경향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가세하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귀농인구는 증가율이 정체돼 있지만 여전히 매년 1만세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문화일보는 ‘자치 20년, 지방이 경쟁력이다’ 장기 기획 시리즈 중 ‘지방의 경쟁력’에 이어 ‘지방의 삶’편을 시작한다. ‘지방의 삶’ 첫 회로 귀촌인들의 삶을 조명한다.
전남지역 농어촌으로 귀촌 인구가 몰리는 것은 공기가 좋고 일조량이 풍부해 난방비 등 생활비가 적게 드는 데다 ‘행복마을’, ‘새 꿈 도시’ 등 다른 지역에 없는 귀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15일 전남도에 따르면 통계청이 귀농 인구와 귀촌 인구를 별도로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에 313가구이던 전남지역 귀촌 인구는 2013년 681가구, 지난해 2499가구로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2년 만에 무려 698% 늘어난 것으로,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증가율 118%(1만5788→3만4442가구)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특히 2013년 대비 지난해 전남지역 귀촌인구 증가율(267%)은 제주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남으로 귀촌한 사람들을 주소지별로 보면 광주광역시가 35.9%(897가구)로 가장 많았고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이 29%(725가구)로 뒤를 이었다. 도 관계자는 “농어촌에서 제2인생을 시작하려는 도시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이 귀촌 인프라가 잘 돼 있는 전남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에만 있는 귀촌 인프라 중 하나는 ‘행복마을’이다. 행복마을은 전남도가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조성해온 한옥마을로 현재 110곳에 이른다. 지금까지 완공된 한옥이 1254채, 추진 중인 한옥은 631채에 달한다. 기존 마을을 정비한 행복마을에 비해 신규 단지를 조성한 행복마을의 경우 외지 도시민들의 유입이 활발하다. 행복마을은 자치단체가 기반시설 공사, 보조금 지원 등을 해주고 입주민이 한옥을 짓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지난 2일 오후 신규 단지로 조성된 행복마을인 강진군 성전면 ‘달빛한옥마을’을 찾았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장 김영성(61) 씨의 안내를 받아 마을 언덕 위에 올라서니 25채의 한옥이 국립공원 월출산 자락에 조화롭게 자리 잡은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선정한 ‘사진 찍기 좋은 명소’ 25곳 중 한 곳일 만큼 풍광이 수려하다. 김 이장은 “25가구 중 6가구만 강진 관내에서 왔을 뿐 나머지는 수도권(4가구), 광주(6가구), 대전·경북(각 1가구) 등 외지 사람들”이라며 “평균 연령은 50대 중반”이라고 했다. 그는 “19가구는 자영업, 직장 근무 등 현업에 종사하고 있고 일부는 광주와 목포로 출퇴근한다”고 덧붙였다.
부녀회장 김정자(65) 씨는 “경기 성남에 살다가 남편이 은퇴한 후 전국 곳곳을 물색하다가 4년 전 이 마을에 들어왔다”며 “작물 재배, 화단 손질 등으로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지내고 있고 드럼, 도자기, 조각보, 컴퓨터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성남에서 살다가 이 마을로 이사 온 서모(58) 씨는 인근 산업단지에 곡물가공공장을 차렸다. 대전에서 온 김모(58) 씨는 이 마을로 이사 온 후 새 직장을 잡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저마다 자신의 한옥 입구에 ‘여락재’ ‘달빛 한모금 바람 한 스푼’ 등 독특한 이름의 문패를 직접 나무에 새겨 달았다. 전원생활의 여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접 들어가 본 한옥 3채의 내부는 각기 주인의 취향에 따라 개성 있게 꾸며져 있었다. 내오는 차도 황칠차, 유자차, 잣을 띄운 가시오가피차 등 집집마다 달랐다. 25가구 중 15가구는 민박 손님을 받는다고 한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은퇴자·도시민 맞춤형 도시 ‘새 꿈 도시’에도 입주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새 꿈 도시’에는 은퇴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가장 진척이 빠른 ‘새 꿈 도시’는 장흥군 안양면 로하스타운으로, 지난해 9월 착공한 43가구 중 39가구가 이미 분양됐다. 분양 계약자 중 15가구만 장흥 관내 주민이고 나머지 24가구는 서울(6)·충청(2)·영남(1)·광주·전남(15) 등 외지인이다. 세대주 연령대도 30대와 40대가 각각 11명으로 가장 많고 50대 10명, 60대 6명, 70대 1명 등이다.
조만간 입주할 예정인 정모(59) 씨는 “인천에서 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다 로하스타운의 입지조건을 보고 이곳에 와서 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로하스타운에는 오는 2019년까지 1500가구의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다른 ‘새 꿈 도시’인 무안군 청계면 월선지구(오는 2018년까지 250가구)와 담양군 금성면 금성지구(2020년까지 201가구)는 현재 토지 매입이 각각 83%가량 완료됐다.
순수 민간 차원에서 조성한 전국 최대 은퇴자마을도 전남에 있다. 2013년 곡성군 죽곡면에 개촌한 ‘강빛마을’이 그곳으로 유럽풍 주택 109채가 모두 분양됐다. 분양계약자들의 지역별 분포는 수도권, 광주·전남, 기타지역이 각각 3분의 1씩이라고 한다. 입주민 김모(여·62) 씨는 “인천에서 살다 남편이 퇴직한 후 2013년 이곳에 정착했는데 대만족”이라며 “조용하고 공기가 맑고 산세가 좋아 아주 살기 좋다”고 말했다. 시골 생활이 심심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 씨는 “작물 파종에서부터 비닐하우스 작물 재배 등 봉사활동을 하면 심심할 새가 없다”며 “요즘 시골은 옛날 시골과 달리 웬만한 문화시설이 다 갖춰져 있어 불편함을 모른다”고 답변했다.
강진=글·사진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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