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발언대>“최고 콘텐츠만 모은 ‘조립형 대학’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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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형 리더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는 “창조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학령인구가 줄고 지식의 보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요즈음 대학은 위기를 맞고 있다. 백화점식의 학과는 고비용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대학이 가진 특유의 보수성은 새로운 것을 교과과정에 적절히 반영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스티브 잡스의 개념을 빌린다면 지금이야말로 대학도 조립형으로 탈바꿈할 때가 된 것 같다.

먼저, 한 대학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독창적인 교과과정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것은 각 대학이 맡는다 하더라도, 이를 채울 교과목은 국내외 다른 대학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최고 콘텐츠를 끌어들여 조립해 구성하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미국발 MOOC, 오는 9월 아시아 80개 대학이 연합해 발족하는 아시아판 MOOC인 GAA(Global Access Asia)의 콘텐츠를 엄선, 교과과정에 반영해 조립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별로 대학 간 컨소시엄을 체결, 인문교양과목을 공동 투자해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지역에서 교통이 편리한 곳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규모 강의동을 마련해 지역의 대학생들이 소속 대학과 관계없이 공동으로 강좌를 수강하는 형태를 말한다. 각 대학은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고, 여력으로 각자의 특성화 분야에 집중해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조립형 대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운영이 가능토록 하는 자율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풀세일대학(Full Sail University)은 365일 24시간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사정에 따라 오전 3시에도 자유롭게 수강을 할 수 있다. 초스피드 졸업도 가능해 매달 1일에 졸업식이 거행될 정도다. 급변하는 시대에 이제 한 대학 내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고, 대학만 기존 모습을 고집할 수도 없다. 새로운 형태의 대학이 탄생해야 하고 ‘조립형 대학’은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