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가족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한 가족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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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실에서 접하기 어려운, 3대가 모여 사는 가족들의 일상을 다양하게 그린 가족드라마는 대부분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삶의 기반이자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가족의 본질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KBS 2TV 주말극 ‘파랑새의 집’은 전형적인 가족드라마다. 하지만 가족드라마의 따뜻함보다는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 때문에 취업난을 겪고 있는 자식 세대의 좌절과 자식에 대한 무한 투자의 보상으로 부양을 바랄 수 없는 부모 세대의 불안감이 겹쳐져 다소 우울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려움에 처한 김지완(이준혁)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어머니 한선희(최명길)와 함께 가족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힘겨워 보이는 것이다.

경제적 여건과 환경이 다른 가족을 대비시키는 전형성을 유지하면서도 핏줄 중심의 가족이 아닌, 가슴으로 인연을 맺은 가족의 행복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가족드라마와 다른 변별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학벌 때문에 번번이 최종 면접에서 매번 떨어지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지완이 우여곡절 끝에 취직한 회사가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에 연루된 장태수(천호진)라는 설정이 극적 긴장감을 지속시키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장태수의 아들이자 김지완의 친구인 장현도(이상엽)의 철없는 행동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지완에 대한 열등감을 지우기 위해 무명 밴드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나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닌 장현도가 부모의 강요 때문에 입사한 아버지 회사에서 장난처럼 일을 하는 모습은 극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어찌 보면, 어머니의 과잉보호를 받고 자라 정신적인 성장이 더딘 사람에게서 나타난다는 ‘파랑새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장현도의 철부지 행동이 극적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꼴이다.

은행에서 명예퇴직 요구에 시달리는 강재철(정원중)의 딸이자 전직 교사로 현재 드라마 작가 지망생인 강영주(경수진)의 사연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안정된 직장을 구해야 결혼도 잘하고 행복을 보장받는다는 엄마 오민자(송옥숙)의 세뇌를 받고 공부에 매진해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사에 합격하여 교사가 된 강영주는 부모의 뜻에 따라 사느라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지금 우리 시대 청년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교사 생활 때문에 갈등하다가 처음으로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이 진짜 원하던 일을 하기 위해 학교에 사표를 제출한 강영주가 드라마 작가로 데뷔할 뻔했던 에피소드가 말해주듯이, 그녀는 우리 시대 청년의 좌절과 절망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

극적 상황에 대해 시청자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면, 실제 현실 세계의 문제를 드라마틱하게 풀어내는 과정에서 현실감을 담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혀 다른 입장과 환경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시련을 극복하면서 성장하고, 핏줄을 뛰어넘은 새로운 유형의 가족들이 행복을 찾아 나가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 가족의 의미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아쉽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