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인기 있는 다윗은 골리앗도 두렵지 않다?

3년 만에 컴백한 아이돌 그룹 빅뱅이 KBS 2TV ‘해피투게더’에 출연하기로 결정해 화제입니다. 이게 왜 화제냐고요? 빅뱅은 2006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멤버 5명이 한꺼번에 KBS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없으니까요.

KBS 예능국과 빅뱅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2010년 연말 열린 ‘가요대축제’에서 캐스팅을 놓고 양측이 입장차를 보이다 YG 소속 가수들이 불참하면서부터 불편한 기류를 형성했습니다. 이후 과거 개별적으로 KBS 예능에 출연하던 빅뱅을 포함해 2NE1 등 YG 소속 가수들을 더 이상 KBS에서 볼 수 없었죠. 심지어 가요 프로그램인 ‘뮤직뱅크’에서도요.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할 겁니다. “빅뱅이 KBS에 출연 안 했었나?” 워낙 다양한 채널을 통해 그들을 만날 수 있으니 KBS에 출연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결국 이는 단순히 KBS 예능국과 YG의 미묘한 관계를 넘어 방송계의 역학 관계가 바뀌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물론 지금도 영향력이 대단하지만) 과거 연예계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갖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방송 출연 정지는 연예인에게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는데요.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으니 인기를 얻지 못하고, 그들을 찾는 곳도 없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산업화, 거대화되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얻는 한류 스타가 등장하며 스타 권력은 더 이상 방송사에 굽히기만 하지 않습니다.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해 다채널 시대가 되면서 한 곳과 척지더라도 다른 곳에서 활동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오히려 방송사들이 빅뱅 정도 되는 인기 그룹이 컴백할 때면 자사 가요 프로그램에서 첫 컴백 무대를 갖도록 하기 위해 로비를 벌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변한 거죠.

방송사가 출연 정지 처분을 내리듯 스타가 특정 방송사를 상대로 당당히 보이콧을 외치는 모습, 왠지 통쾌해 보입니다. 갑을 향한 을의 용감한 저항인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몇몇 방송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요즘 진정한 ‘갑’은 스타들”이라고.

환경은 항상 변합니다. 그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지고 권력도 이동하죠. 하지만 수직적 권력이 수평화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결국 누군가는 갑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을이 되는데요. 그리고 연예계에서 그 기준은 주로 ‘인기의 크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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