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짜 백수오 사태’로 급락했던 코스닥 지수가 700선을 회복한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지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 지수가 ‘가짜 백수오 사태’ 여파로 전일대비 11.96포인트(-1.76%) 떨어진 665.94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내달 15일 주식시장 가격제한 폭 ‘±30%’로 확대
오는 6월 15일부터 주식시장 가격제한폭이 현행 ‘±15%’에서 ‘±30%’로 확대되면서 향후 주식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9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파생상품시장의 가격제한폭을 ±30%로 확대하는 내용의 업무 규정 시행세칙을 발표했다. 가격제한폭이 17년 만에 확대됨에 따라 국내 증시의 활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반면 그만큼 증시 변동성도 커져 정보 수집이 상대적으로 늦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가짜 백수오 사태’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면 주식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 가격제한폭 확대 배경과 문제점, 투자자 보호장치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1 가격제한폭 제도란
가격제한폭 제도는 급격한 가격 변동에 따른 주식시장의 혼란 등을 막기 위해 하루 동안 개별종목의 주가가 오르내릴 수 있는 한계를 정해 놓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초기에 상·하한 금액을 17단계로 정한 정액제(유가증권시장 기준)를 실시했다. 이후 1995년 4월부터 현재와 같은 정률제로 바꿨다. 당시 가격제한폭이 ±6%였으나 1996년 11월 ±8%로 확대된 데 이어 1998년 3월 ±12%, 같은 해 12월에 ±15%로 바뀌었다.
2 가격제한폭 확대 이유는
가격제한폭 제도는 그동안 증시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가격제한폭을 넘는 거래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아 기업 가치와 주식가격 간 접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또 가격제한폭이 작다 보니 투기 거래가 유발되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인위적으로 상한가를 형성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상한가 굳히기’, 유동성이 적고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을 매수해 수익을 내는 ‘상한가 따라잡기’, 하한가로 거래가 끊긴 종목의 대량매수를 반복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하한가 풀기’ 등이 좋은 사례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기업 가치가 제때 평가받고, 투기 거래도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3 가격제한폭 확대 효과는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증시의 역동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됐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보면 하루에 최대 60%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가격제한폭 확대로 종전보다 상승 또는 하락 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상한가에 도달한 종목은 다음 날 조정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상한가 확대로 당일 상한가에 도달할 확률은 떨어지는 대신 며칠 더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하한가로 떨어지면 매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지만, 하한가가 확대되면서 매도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것 아닌가
가격제한폭이 커지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주가가 가격제한폭에 가까이 갈수록 투자자들이 가격제한폭에 몰려들며 변동성이 커지는 ‘자석 효과’나, 상·하한가 형성 다음 날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는 ‘주가 과잉반응’ 현상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가격변동폭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신중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투기 거래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의 일별 주가 변동성은 가격제한폭이 ±12%였을 때 2.65%였으나, 가격제한폭이 ±15%로 확대된 뒤 2.27%로 떨어졌다. 코스닥시장 일별 주가 변동성 역시 4.59%에서 4.32%로 하락했다.
5 중·소형주 가격 급변 가능성은
거래가 부진한 일부 코스닥 중·소형주나 코스피 우선주의 경우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주가 급변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과거 데이터를 보면 중·소형주의 가격 변동성이 다소 높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소형주(시가총액 하위 40% 종목) 하한가 비율은 2.0%로 코스닥 전체 하한가 비율 1.7%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일간 변동성도 코스닥 전체는 4.67%, 중·소형주는 4.84%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거래소는 만약을 대비해 변동성완화장치(VI)를 강화한 만큼 주가 급변에 따른 악영향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6 코스닥시장은 시기상조 아닌가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우려 중 하나는 가격제한폭 확대 시 내츄럴엔도텍 사태와 같은 일이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빈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예외적인 사례 때문에 시장의 전반적인 거래환경을 선진화하는 과제를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더불어 시장 정화 노력으로 코스닥시장의 건전성과 안정성이 크게 개선된 만큼 우려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또 내츄럴엔도텍 사태와 같이 기업 비리나 아무 이유 없이 급등락하는 테마주 등 예외적인 사례는 개별종목별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7 공매도 세력이 설칠 가능성은
가격제한폭 확대가 시행되면 공매도(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남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되갚아 차익을 남기는 기법) 작전을 펼치는 세력이 급증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가격제한폭이 확대된다 해도 우려만큼 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거래소 역시 주가가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상황은 현저한 시장 쇼크나 치명적인 기업 정보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되는 만큼 공매도가 가격제한폭 이상의 가격 폭락을 촉발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또 ‘업틱룰’(up-tick rule·직전 가격보다 낮은 호가로 매도할 수 없도록 해 주가가 올랐을 때만 공매도가 가능)을 적용받는 공매도의 특성상 가격 하락이 공매도를 유발하는 것이지, 공매도가 가격 하락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 만큼 무작정 주가가 떨어질 위험은 없다고 금융당국은 분석했다.
8 불공정거래 어떻게 막나
거래소는 제도 시행 후 1개월을 ‘집중감시기간’으로 정해 불공정거래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등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초단기 시세조종 및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매매 양태의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시장 감시를 수행할 예정이다. 시장 감시 강화를 위한 업무단위별 개선 사항을 살펴보면 사전 예방과 관련, 예방조치 요구 및 시장경보제도 기준 중 일부 주가상승률 기준을 확대된 가격제한폭에 맞춰 재설정한다. 또 초단기 시세조종 증가를 포함한 불공정거래 매매 양태 변화에 대비해 매매 분석기법과 분석툴을 개선할 예정이다.
9 투자자 보호는 어떻게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개별종목 차원의 가격 안정화 장치로 기존 동적 VI에 이어 정적 VI를 도입·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 도입된 동적 VI는 개별종목 체결가를 기준으로 주가가 갑자기 3% 이상(코스피200 종목 기준) 오르거나 떨어지면 2분간 거래를 정지한다. 하지만 2.9%씩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경우에는 하한가로 직행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정적 VI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직전 단일가격(시가 등)을 기준으로 10% 이상 가격 급변 시 2분간 냉각기간을 부여하는 조치다. 서킷브레이커(CB)도 새롭게 바뀐다. 거래소는 하루에 한 번만 발동했던 횟수 제한을 없애고 앞으로는 CB를 3단계로 나눠 적용할 방침이다.
10 외국의 가격제한폭 제도는
현재 아시아 증시를 제외하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시장은 가격제한폭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대신 종목별 VI를 통해 장중 일시적인 주가 급변 등을 방지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이 정액제 제한폭(평균 22%)을 두고 있고 대만이 7%의 상·하한선을 두고 있다. 중국 증시는 10%,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30%의 제한폭을 운영 중이다. 대부분 해외 거래소가 직접적인 가격 규제보다는 투자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투자 문화를 유도하면서 VI를 통해 큰 충격을 방지하는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격제한폭에 더해 VI까지 이중·삼중의 장치를 갖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제한폭을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석·장병철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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