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환경규제 = 장애’ 는 편견… 친환경산업은 성장동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숲의 나무를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고 했다. 그는 “자연은 인간에게 겸허의 미덕을 일깨워 준다”며 “나무에 집을 짓는 수컷 까치의 95%가 암컷 짝 없이 살다가 죽는다. 그에 비하면 인간 남성은 얼마나 행복한가”라며 웃었다.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윤성규 환경부장관

그는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야간대학에서 받았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입신한 전형적인 인물이다. 모교인 한양대 역사상 학부 출신자가 처음으로 장관이 됐다는 기록을 갖고 있다. 박근혜정부 초대 내각에 참여해 지금까지 장관을 하고 있는 5명(윤병세 외교·황교안 법무·윤상직 산업통상자원·이동필 농림축산식품 등) 중의 한 명이기도 하다. 윤성규(59) 환경부 장관. 현 정부 내각에서 상대적으로 장수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환경 현안에 대한 각계 이견을 잘 조율하고 환경제도의 과학화와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에게 더 이상 봉사할 수 없으면 떠나야 하니 일용직이라고 여기며 일하고 있습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고 믿습니다.” 그의 글을 읽어 보거나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면 ‘바른생활 사나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게 박근혜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21일 국회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그를 한국환경공단 K eco 에듀센터(영등포구 여의동)에서 만났다. 그는 “환경부는 외롭다”며 “국민의 성원이 없으면 정책 동력을 얻기 힘들다”고 했다. 깔끔한 성격, 꼼꼼한 일처리, 맹렬한 추진력 때문에 ‘독일 병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의 입에서 외롭다는 말이 나온 것은 뜻밖이었다.

“환경 정책은 다른 부처 일처럼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10~20년이 지나야 하지요.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왜 그렇게 한가한 일을 하느냐는 지적들을 합니다. 정부 내에서도 우군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환경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는 환경 정책과 경제 발전이 서로 배치되는 개념으로만 인식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예컨대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탄소(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 등이 단순히 환경 규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한국 경제를 장기적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크다. 곤혹스럽지 않은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국가나 기업별로 탄소배출량을 미리 정해 놓고, 허용치 미달분을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팔거나 초과분을 사는 제도다. 관련 법안이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는 올 3월부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환경부가 운영하고 있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결정해 시행하는 것이다. 각 부처에서 업계의 우려를 전달해 오지만, 사실은 그런 부처들도 함께 모여서 의사결정을 한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시행했다. 기업별로 목표를 정해 주고 그걸 넘으면 과태료를 내게 하는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목표관리제보다 비용을 68% 줄일 수 있다는 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다. 기업에서 ‘과징금 폭탄’을 우려하는 것은 목표관리제보다 과징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에도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국가적 목표를 위해 시행해야 한다.”

(목표관리제는 과태료 부과가 한정돼 있다. 그러나 배출권 거래제에서는 시장 가격의 3배만큼 과징금이 부과된다. 온실가스 감축업체에는 이익을 주고, 초과 배출업체는 분명히 징벌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제도다.)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커서 앞으로도 논란이 될 듯싶은데.

“우리나라는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로 정하고, 국제 사회(유엔기후변화협약)에 약속했다. 2020년 이후의 감축 목표도 설정해서 제출해야 한다. 우리가 이 약속을 안 지키면 국경세 이야기가 나올 거다. 온실가스를 안 줄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제동을 건다. 수출 전선에 부담이 된다.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환경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라 미래 경제를 위해 더 필요하다. 개발도상국도 다 하는데 우리가 안 하면 국제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다. 산업계는 줄이지 않고 다른 부분에서 감축하자고 하면 가정에서 줄여야 하는데, 가정에서 한겨울에 난방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제적인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

―거래제를 시행했는데 막상 거래가 없다는 비판이 있더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EU도 처음 시행하던 2005년에 지금의 5%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첫해에 거래가 왕성하다면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기업이 필요 이상으로 과다 할당을 받은 배출권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거나, 아니면 제대로 할당됐음에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출혈성 매물을 내놓는 투매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현재의 배출권 가격 수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첫해의 기업별 명세서가 나오는 내년 3월 이후 거래 상황에 따라 가격 수준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환경부의 역점 사업인 저탄소차 협력금제도가 정부 내 반대로 유보됐다던데.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신차를 구입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행태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제도다. 예를 들어 ‘그랜저’를 끌고 있는데, 한 달 휘발유 값을 30만 원 내에서 쓰겠다고 하면 효과가 있다. ‘아반떼’를 샀을 경우, 15만 원 내에서 줄이겠다고 하면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아반떼를 사서 휘발유 부담 없이 타며 연료비로 30만 원을 쓰면 온실가스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부가 도와준다는데 우리 가족이 하나 더 타보자는 심리가 생긴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세컨드카(second car)가 생긴다.”

그는 다른 부처의 압력이 아니라 환경부 자체의 판단에 의해 유보됐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환경전문가이자 주무부처 장관으로서의 자존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환경 문제와 경제 논리가 부딪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어떤 원칙으로 조정하나.

“환경 규제가 경제 발전을 막는다는 것은 편견일 뿐이다. 친환경 산업을 지향하면 오히려 경제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지난 88올림픽 당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승용차를 생산할 때 삼원촉매전환장치 부착을 의무화했다. 이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관계 부처 간 실시 시기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하게 됐는데, 차 배출가스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 4번째 저공해자동차 생산국가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자동차 연료 환경품질을 지속적으로 강화한 덕분에 국내 정유사의 정제 기술이 발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제품을 해외에 수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에 진입한 것도 가스 배출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기술 개발에 노력한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환경부는 기업뿐만 아니라 환경단체와도 갈등하는 경우가 있을텐데.

“독일에 가면 ‘confrontation before the gate’라는 말이 있다. 대문 앞에서는 대립하고, 방안에서는 협력한다는 말이다. 죽여라, 살려라 싸우다가도 어느 단계에서는 서로 협조하는 노사관계의 특성을 얘기한 것이다. 환경부와 시민단체의 관계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데, 정부의 대책은.

“황사는 사막화된 지역에서 날아오는 흙먼지로 인위적인 오염물질은 적다. 인위적인 오염물질이 더 유해하다. 황사가 저공으로 오는 경우가 해롭다. 황사가 없는 시기에도 미세먼지가 상당 기간 발생했다. 중국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난 것은 2012년 말이다. 2014년 1월에도 아주 심했다. 중국 등 주변 국가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공동 노력을 펼치는 한편 국내 발생분을 현재보다 감축해야 한다. 외부 유입 영향을 상쇄시켜 대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장 오염물질 배출 총량 규제 대상 규모를 확대 시행해야 한다.”

그는 수송 부문의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고, 노후 경유 자동차는 저감장치를 부착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했다. 찜질방, 직화구이음식점 등 우리 생활 주변의 미세먼지 관리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우리가 애쓰는 것도 좋지만, 중국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수도권 대기먼지가 44㎍/㎥로 측정됐다. 가로세로 100m, 높이 130m인 축구장에 탁구공만 한 미세먼지가 섞인 정도다. 일본은 그것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으로 미세먼지가 간다. 우리도 일본에 피해를 주는 것이다. 중국에 책임을 무는 논리대로라면 우리도 일본에 배상해 줘야 한다. 따라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보다는 서로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황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중·일 장관회의가 매년 열린다는데, 성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성과가 있는 부분이 있다. 중국이 자구책으로 900조 원을 행동계획에 투입하겠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회의에서 관련 기술이나 정보 정책을 공유하고 있다. 제철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한국의 성공사례를 중국이 배워 올해 3∼4개 제철소에서 시도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미세먼지 측정치를 중국과 주고받고 있다. 협력이 잘되고 있다.”

―4대강 녹조 피해를 막기 위해 보(洑·저수시설)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보를 없애는 문제는 국민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녹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본류에 영향을 미치는 지류의 오염원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지류에서 유입되는 질소 등 오염물질 총량을 제한하는 제도를 8월 중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녹조 발생을 잘 관리하면 가뭄이 심할 때는 그 물을 끌어다 쓸 수 있을 것이다. 보는 예비적인 저수 기능이 있다. 4대강 전문가 등 80여 명이 1년 동안 연구해서 펴낸 보고서를 보면, 보를 철거하라는 권고가 없다. 치수(治水)를 잘하면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윤 장관은 보가 있는 현재의 상태에서 장점을 살리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그는 김대중정부 초기에 환경부 수질정책과장으로서 새만금사업 재평가를 맡아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가 고심 끝에 작성한 보고서의 핵심은, 만경강 쪽은 수질이 안 좋으니 수질이 개선되는 추이를 봐가면서 진행하고, 동진강은 수질이 양호하니 사업을 계속 진행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 보고서의 파장을 우려해 한동안 공개하지 않았으나, 그가 수질보전국장이 된 2001년 5월에 공표했다. 결과적으로, 새만금 사업은 그의 보고서대로 방향이 대폭 수정됐다.

그는 같은 해에 시화호 담수화 포기, 해수화 확정 발표를 한 주역이기도 했다. 그동안 시화호 수질 개선을 위해 쓴 예산에 대한 추궁이 쏟아졌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글에서 이렇게 썼다. “그때 담수화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담수호인지 해수호인지 애매한 상태에서 수질 개선 사업비는 계속 들어갔을 것이다. 해수 시험 유통도 지금까지 계속됐을지 모른다. 그때 해수화로 확정짓고 발표를 했기에 조력 발전과 간석지 개간 등 개발사업들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믿는다. 그렇게 역사적 변곡점을 이루는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환경행정가로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장관으로서 잘한 일은 무엇인가.

“구미 불산 유출 사고 같은 화학물질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 ‘화학물질관리법’)을 제·개정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시장에 나오는 화학물질은 사전에 그 유해 정보를 등록하도록 해 예방적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또 ‘환경오염피해 배상 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그동안 환경오염과 피해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제대로 구제받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보다 쉽고 신속하게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앞에 언급했던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 시행과 함께 미세먼지 예보제를 실시하게 된 것도 환경 개선을 위한 큰 시도다.”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생태관광이란 뭔가.

“우수한 자연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환경의 소중함을 인식하도록 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여행을 말한다. 우리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생물권보전지역, 람사르습지, 국립공원 등 우수한 생태자원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적합한 곳이 많다. 생태관광지로 지정한 후 예산과 홍보, 컨설팅 등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 전북 고창 용계마을에 다녀왔는데, 참 좋았다. 은곡습지라고 있는데, 수종이 정말 다양했다. 야생동물도 많을 것 같더라.”

그는 인터뷰에 앞서 여의도공원에서 진행한 사진 촬영 때 공원 숲에 있는 나무와 새들에 관한 지식을 과시했다. 이과 출신으로 숫자에 강한 그가 환경 업무를 보면서 자연친화적인 인물이 된 것은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일 역사책에 어떤 환경부 장관으로 기록되고 싶나.

“환경 정책 제도의 과학화와 선진화를 통해 고품위 환경복지를 앞당기고, 미래 환경을 책임졌던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 우리가 지금 방향을 잘못 잡으면 우리 세대가 한국사에서 최고의 풍요를 누리는 대신에 아들 손자 세대는 불행해질 수 있다. 우리 손자가 더 행복해지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인터뷰 = 장재선 사회부장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