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상권 바닥쳤지만 … 요우커 상권 여전히 ‘살얼음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외국인 관광객 ‘실종’ 2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정문 앞에서 수문장 교대식이 진행됐지만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던 메르스 사태 이전과 달리 관람객이 거의 없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명동 등 외국인 발길 뚝 끊겨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행사엔
달랑 외국인 9명만 관람 ‘썰렁’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충격이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도 국내외 소비자 간에 뚜렷한 온도차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메르스 공포에서 벗어나 점차 지갑을 열고 있는 반면, 외국 소비자는 여전히 메르스 감염 우려를 떨쳐 버리지 못한 채 위축된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 레저업계 등과 외국인 고객이 대다수를 이루는 명동 쇼핑가, 관광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정문 앞. 이날 외국인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이 한창 열리고 있었지만 단 9명의 외국인 관광객만 관람을 하고 있어 썰렁함이 느껴졌다. 메르스 발생 이전엔 최소 50∼60명의 관람객들로 붐볐던 행사지만 아직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행사 관계자는 전했다. 행사장 감독 전병선(52) 씨는 “원래 행사장을 가장 많이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예 발길을 뚝 끊어 버리는 바람에 관람객이 평소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은 여전히 메르스 감염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메르스 확산 방지대책에 따라 이날 행사는 포토타임과 전통복식 체험도 일시 중단된 채 진행됐다.

근처 중구 명동 중심가도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급감하면서 여전히 상인들의 수심이 깊었다. 중국인이나 일본인 고객 비중이 높았던 중저가 화장품 가게 직원들은 호객 행위를 할 손님이 눈에 띄지 않아 가게 문 앞에 멀뚱히 서 있었다.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은 한국인들과 달리, 드문드문 보이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길을 걸었다.

반면 한국인이 주 고객층인 서비스 업체들은 다소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의 한 캠핑장 관계자는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고객 예약이 줄줄이 취소돼 걱정이 많았지만, 최근 다시 재예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피해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달 1∼18일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1%나 감소했지만 사태 진정 후 지난 주말부터 고객이 서서히 늘기 시작해 1∼23일 매출 감소폭은 4.8%로 줄었다.

제2롯데월드도 영화관·수족관 영업정지로 최저점을 기록했던 1월의 하루 입장객수(5만4000명)보단 이달(1∼19일·하루 7만2000명)의 기록이 더 좋아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2롯데월드 관계자는 “다행히 지난 주말부터 방문객들이 늘고 있어 다시 괜찮아질 것이란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